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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중국

2017 '손자 친구'와 함께 한 마카오1

by 장돌뱅이. 2017. 10. 6.

"당신······, 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허수경의 시 「혼자 가는 먼 집」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손자 친구'가 태어나면서 이 시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당신' 대신 '녀석'이나 '이놈' 혹은 '고놈' 단어를 넣으며 '킥킥거린다.'

"녀석이 말이야······."
"야 이놈아······."
"고놈 참······."
그럴 때마다 '친구'도 뭐 그리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다.
싫어하긴커녕 어떨 땐 그 의미를 이해한다는 듯이 얼굴을 살갑게 부빌 때도 있다.
아내는 "이럴 때 보면 어린애라고 그 앞에서 함부로 말해선 안 되겠다"고 놀라곤 한다.

8월에 마카오를 다녀왔다.
원래는 국내에서 수영장 좋은 호텔을 잡고 느긋하게 쉬려고 했으나
"부산140만원 vs 세부 129만원, 호갱 되느니 해외로 나갑니다"라는 
한 신문의 보도처럼 경제적인 면에 더하여 더 느긋하고 한가로움까지 
보장되는 멀지않은 해외를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평화로웠던 일정은 녀석이 갑자기 밤 사이 40도에 육박하는 고열로 병원까지 다녀오면서
태풍 속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나의 전 여행 경험에는 없는 초유의 사태였다..
마침 올 여름 홍콩 일대에 위험한 독감이 기승이어서 우리의 놀람과 걱정은 매우 컸다.

호텔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황급히 달려가야 했다. 
나는 병원에서 녀석이 치료를 받는 도중에 '친구'로서  뭔가를 해야할 것같은 의무감 때문에
한국의 아는 의사에게 문자를 보내 이것저것을 묻기도 했다.

다행히 녀석은 홍콩독감이 아니었다.
그리고 고열에도 무엇이건 잘 먹으며 씩씩하게 이겨내주었다.
그리고 유쾌한 기를 두 손에 모아 우리에게 '에너지 발사!'를 해주었다.
"야 이놈아, 주사 한 방에 나을 거면서 왜 사람을 놀래켜!"

다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마지막 날 저녁.
일행 모두가 잠시 카지노로 녀석의 병원비를 벌충하러 간 사이,
나는 자청하여 혼자 방안에 남아 잠든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은 잠버릇도 활동적이었다. 침대를 휩쓸며 굴러다녔다. 
카지노의 잭팟보다 흐믓한 시간이었다.
"고놈 참······."

"당신······, 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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