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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살롱 드 아난티

by 장돌뱅이. 2024. 12. 20.

아내와 둘이서 집에 있을 때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책읽기와 OTT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에 한번씩 집에서 가까운 강변이나 공원을 산책을 하는 건 물론 빼놓지 않는다.

가끔씩은 특별한 약속이나 목적이 없는데도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외출을 한다.
그럴 때도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적당한 곳을 걷다가 눈에 띄는 카페에서 들러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하거나 책을 읽다가 온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른 동네의 도서관을 일부러 찾아갈 때도 있다.

살롱 드 아난티(Salon de Ananti) 지하철 7호선 학동역 근처에 있다.
회원들이나 가까이 있는 숙소 아난티에 투숙하는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카페, 라운지, 살롱의 정확한 의미와 차이점이 무엇일까?)
몇 달 전 딸아이네가 회원권을 만들어 주었는데 잊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찾아가 보았다.

그곳만 다녀오는 건 너무 밋밋해서 논현역에서 내려 학동공원을 거쳐서 걸어갔다. 공원은 특별할 것 없는 언덕 위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주변엔 높다란 담장을 두른 호사스러운 집들이 많았다. 
영화 <<기생충>>에 나올만한 거대한 저택들이었다.

아내와 살(?) 만한 집을 눈으로 고르며 걷다가 보니 태극기 두 개  꽂혀 있는 집이 보였다.
왜? 두 개씩이나? 생각하며 바라보니 집(담장) 모양새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아마 한때 TV에서 자주 보던 이모 전 대통령의 집인 것 같았다.

살롱 드 아난티에 도착하여 회원권을 제시하자 커피 두 잔과  작은 빵 두 조각이 나왔다.
무료였다.
자리를 잡고 딸아이네에게 공짜 호사에 감사를 표하는 사진을 보냈다.
천장이 높고 사람들도 몇 명 없어 공간이 널찍해 보이고 조용했다. 나보다 먼저 딸아이와 한 번 온 적이 있는 아내는 예전에 비해선 그나마도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아내와 책을 읽으며 두 시간쯤을 보냈다.

세월로부터 한살 한살 근근이 수확하는 나이를 평범에 갖다 바치다
소작농이 그의 지주에게 으레 그리하듯
그러나 나의 나이여, 평범의 지주에게 갚는 빚이여,
지주의 눈을 피한 단 한 줌 이 손아귀 안의 움켜쥠을 허락해주지 않으련

- 이선영, 「평범에 바치다」 -

누구나  비슷해서 쉽게 드러나는, '손아귀 안에 움켜쥔' 남모르는무엇이 있을 리 없는, 약간 심심한 것도 같고 담백하기도 한, 이런 평범한 일상에 나는 지극히 만족하고 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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