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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수서역에서 친구 만나기

by 장돌뱅이. 2024. 11. 27.

대학 친구 2명과 수서역 근처에서 만나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 해가 갔다는 사실이 허전할 때도 있지만 핑계 삼아 멀리서 살고 있는 친구도 만날 수 있으니 송년회가 진부하지만은 않다. 

탄천을 따라 걸어서 갔다. 가을비에 씻긴 공기가 산뜻했다.
궂은 날씨라 오가는 사람들도 드물어 호젓한 산책이었다.

동창회니 향우회 같은 큰 모임에서 연례행사로 치르는 송년회에서는 대개 건강, 자식 결혼, 손자니 하는 세월이 주는 공통집합의 이야기만 나누다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오래 세월을 '그냥' 만나온 친구들끼리의 작은 모임에선 각자가 감당하고 있는 차집합의 일상까지 화제에 오르기 마련이다.

이럴 때 '그냥'은 편안함과 친밀함을 합친 말이다.
아무 말이나 할 수 있거나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얼마 전 만났을 때도 했던 이야기를 처음인양 다시 나누어도 되는.

쓰고 나면 더욱 깊어지는말
까닭없이 믿음이 생겨
듣고 나면 괜스레 따뜻해지는 말
딱히 할 말 떠오르지 않을 때 변명처럼 쓰기도 하는
마음의 거리 1미터를 넘지 않는 사이나 쓸 수 있는 말
(중략)
한 번을 써도 백 마디 말보다 긴 여운의
아무리 써도 물리지 않는
슴슴한 음식 같은

말, 그냥

- 허향숙, 「그냥」중에서 -   

서울 친구가 밥을 사고 대전에서 온 친구가 커피를 샀다. 나는 그냥 입만 보탰다.
헤어져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는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
"즐거운 시간. 밥 공짜, 커피 공짜! 이런 친구들 오래 만나고 싶다!"
친구가 답을 보내왔다.
"이야기도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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