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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48

지난 여행기 - 2004발리5 75. 바뚜르산 GUNUNG BATUR 산행 전화벨. 새벽 1시 50분. 운전수 뿌뚜 PUTU와 2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에 대비하여 미리 부탁해 놓은 WAKE UP CALL이다. 부시시 몸을 일으켜 졸음을 쫓기 위해 가볍게 스트레칭부터 해보았다. 그래도 졸음은 쉽게 뿌리쳐지지 않는다. 초저녁에 꾸려놓은 배낭을 메고 방문을 열고 나서자 우붓의 새벽 공기가 서늘하게 감겨왔다. 테라스 난간을 잡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초롱하다. 비로소 가벼운 설렘이 일며 졸음이 안개처럼 벗겨졌다. 건기 중에서도 비를 볼 확률이 제일 낮은 7월임에도 발리에 도착한 이래 이틀 밤을 연속해서 비가 내렸기에 다소 걱정이 되던 터였다. 정확히 두 시가 되자 뿌뚜의 차가 도착했다. 그동안 메일로만 약속을 주고받았던 터라 우리는 가볍.. 2017. 8. 18.
지난 여행기 - 2004발리4 74. 짐바란 JIMBARAN의 아침포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짐바란포구로 향했다. 밤새워 작업을 마치고 포구로 돌아오는 신새벽의 배들과 포구의 아침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년 전에도 나는 짐바란의 아침포구를 찾은 적이 있다. 그리고 여행기에 이렇게 적은 바 있다. 배가 들어오는 포구에는 장도 함께 형성이 되어 있었다.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사이로 우리의 시장과 포구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작은 함지박에 생선을 담아 놓고 고 객과 흥정을 벌이는 모습도 낯익은 풍경이었다. 솔직히 그들이 파는 생선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잠자리의 비용으로 지불한 여행자로서 그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며 생각하는 ‘삶’이나 ‘세상살이’란 어쩌면 허영에 가까운 얄팍한 감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2017. 8. 18.
지난 여행기 - 2004발리3 72. 식당 알랑알랑 ALANG-ALANG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대겸제(大謙齊)전을 보러간 적이 있다. 도록을 통해서나 보던 겸제의 박연폭포나 금강산 그림을 실물로 보니 역시 이름만큼 대단하였다. 그런데 이 날 우리를 가장 감동스럽게 한 것은 그런 유명한 그림 자체보다 한 그림의 제목이었다. “종소리를 어떻게 그리지?” 앞서가던 아내가 한 그림 앞에서 멈춰 서서 중얼거렸다. 아내가 바라보는 그림의 제목은『연사모종(烟寺暮鐘)』이었다. ‘안개에 잠긴 절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라.그림에는 갓 쓰고 도포를 입은 선비 하나가 중과 함께 개울을 막 건너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멀리 산허리에는 안개가 둘러 있고 길은 산 중턱에 위치한 절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길과 숲을 건너 저.. 2017. 8. 17.
지난 여행기 - 2004발리2 71. 울루와뚜 ULUWATU 유감 10여 년 전 우리 가족이 처음 발리를 갈 때 자카르타 대사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인니어를 가르쳐주던 한 강사는 울루와뚜사원을 ‘절벽사원’이라 부르며 반드시 들려봐야 할 곳으로 추천해 주었다. 오래된 전설이 담긴 사원의 이국적인 탑과 건물, 까마득한 절벽과 그 아래 한껏 펼쳐진 망망대해, 끝없이 부서지는 하늘색 포말. 그리고 그런 것들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 아내와 나는 울루와뚜에 흡족했고 그 강사의 추천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위 사진 : 딸아이 어렸을 적의 발리 울루와뚜 우리는 그 때 울루와뚜를 신과 인간이 교통하는 장소가 될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사원을 어슬렁거리던 원숭이 떼였다. 원숭이를 좋아하지 않는.. 2017. 8. 17.
지난 여행기 - 2004발리1 여행기간 : 2004년 7월 =============================================================================== 69. 발리공항에서 자카르타나 발리의 공항을 나설 때 혹은 발리의 어느 길거리를 걸어갈 때,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부류 중의 하나가 운전수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자가용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택시?” “뜨란스뽀트?” 대부분 거절의 뜻을 비추면 그걸로 끝이나, 더러 집요하게 따라오며 ‘찐드기’를 붙는 아저씨들도 있다. 그럴 때면 조잡한 물건을 들고 사달라고 매달리는 상인들처럼 그들의 접근이 귀찮게 생각되었다. 자카르타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발리의 웅우라라이 공항에 도착했다. 그것도 11시 55분에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가 지.. 2017. 8. 16.
지난 여행기 - 2003발리7(끝) 67. 마지막날 아침 해변을 걸었다. 어제완 달리 멀리 해변 끝의 마을까지 걸었다. 사람들이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물 한 끝을 잡고 나도 거들었다.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시늉뿐이었겠지만. 발리 사람들처럼 어울리기 쉬운 사람들이 있을까? 가끔씩 내게 그것은 친근함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십여 명이 몸에 물을 적셔가며 거둔 소출이라기엔 잡은 고기가 너무 적어 보였지만 그들로 하여 활기차고 싱싱한 아침 해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의 수영을 마치고 식당에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빈땅 BINTANG 맥주를 마셨다. 짐을 꾸리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차편으로 우리는 꾸따까지 왔다. 딸아이가 동행하지 못한 이전의 발리 여행 중 아내와 나는 하드락카페에서 BBQ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은 .. 2017. 8. 16.
지난 여행기 - 2003발리6 65. 어제같은 오늘 아침이 왔다. 동이 터오는 하늘로 가득한 흰 구름이 아름다웠다. 딸아이가 자는 동안 아내와 바닷가를 거닐었다. 파도가 해변을 거의 잠식하여 발 가까이까지 파도가 들이쳤다. 해변엔 자갈이 가득했다. 거제도 몽돌 해변이나 울산 인근 정자 마을의 해변처럼 돌 구르는 소리가 파도소리 속에 실려 왔다. “팔짱 한번 껴 봐.” 나는 팔을 내밀었고 아내는 아줌마답지 않게 수줍은 듯 그러나 내숭의 눈을 흘기며 내 팔을 잡았다. 오래 전 연애 시절 처음 아내의 손을 잡아본 것만으로 가슴 뛰고 행복하던 때가 있었다. 갑자기 세상이 만만해 보이고 몸에 기운이 솟아 무엇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이었다. 이제 이십년을 가까운 시간에 감정은 무디어져 아내와 팔짱을 낀 것만으로 솔직히 그 때의 감정이 .. 2017. 8. 15.
지난 여행기 - 2003발리5 63. 트래킹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와 딸아이는 아직 잠 속이다. 발리인들은 잠이 들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자는 사람 주변에 머무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는 사람을 갑자기 깨우는 것은 영혼이 다시 몸속으로 회귀하는 시간을 빼앗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믿었다. 나는 발리인들의 믿음처럼 아내와 딸아이의 영혼이 놀랄까 살며시 문을 닫고 나왔다. 걷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비디오가게와 치킨집, 생고기구이에 뼈다귀해장국집이 붙어선 동네 골목길을 낯익은 이웃들과 눈인사를 교환하며 걷는 것도 그렇고, 한강변을 따라 이어진 시멘트 길을 걷는 것도 그렇다. 한적한 바닷가나 툭 터진 사방의 시계를 확보하고 걷는 산 능선에서의 걸음도 행복하다.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이라 하.. 2017. 8. 15.
지난 여행기 - 2003발리4 58. 식당 AYUNG 테라스 늦은 기상. 늦은 아침. 수영. 책읽기. 수영. 다시 책읽기. 다시 수영하기. ...... 파란 하늘. 초록 숲. 투명한 햇살. 싱그러운 바람. 고개를 돌리니 딸아이는 책을 가슴에 덮고 두 팔을 머리 뒤에 고인 채 말없이 먼 하늘을 보고 있다.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흰 뭉게구름 위에 자신의 먼 앞날을 그려보기라도 하는 것일까? 아직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았고 아무 것도 규정되지 않은, 광야처럼 비어있는, 이슬 내린 푸른 새벽길 같은 그녀의 미래가 문득 부러웠다.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10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여 매일 아침 8시쯤이면 나는 한강다리를 건너고 있어야 하고 열두시면 '사규에 따라' 배가 고파야 한다. 어느 소설가의 말대로 그때쯤이면 맞은 편 빌딩에서도 흰 와이.. 2017.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