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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지난 여행기 - 2004발리4

by 장돌뱅이. 2017. 8. 18.

74. 짐바란 JIMBARAN의 아침포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짐바란포구로 향했다.

밤새워 작업을 마치고 포구로 돌아오는 신새벽의 배들과 포구의 아침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년 전에도 나는 짐바란의 아침포구를 찾은 적이 있다. 그리고 여행기에 이렇게 적은 바 있다.

배가 들어오는 포구에는 장도 함께 형성이 되어 있었다.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사이로
우리의 시장과 포구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작은 함지박에 생선을 담아 놓고 고
객과 흥정을 벌이는 모습도 낯익은 풍경이었다.

솔직히 그들이 파는 생선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잠자리의 비용으로 지불한 여행자로서 그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며 생각하는 ‘삶’이나 ‘세상살이’란 어쩌면 허영에 가까운 얄팍한 감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든 무거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포구는 이방인 여행자와는 상관없이 활기찬 모습이었고
나는 방관자일지언정 어떤 진지함으로 그들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감정의 사치라고 하더라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에는 그런 감정을 맛보기 위함도 있지 않겠는가.
분명한 것은 보는 이의 입장에 관계없이 삶에 열정스런 세상의 모든 모습은 감동적이고 사랑스럽다는 사실이다. 

                                                                                 -2002년 10월 나의 발리 여행기 중에서-




2년 동안 짐바란의 포구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른 아침의 포구로 몰려 나왔고 시장 바닥은 여전히 질척이고 있었다.
북새통의 인파들 사이에는 이년 전에도 만났을 지도 모를 사내들이 여전히 거기에 앉아
작은 화덕에 생선 몇 마리를 구우며 내게도 손짓을 했다.

나는 겸연쩍은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며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이 권하는 생선을 몇 번 뜯었다.
시선이 교차할 때마다 그들 또한 환한 미소로 답을 해 주었다.

 

여행지에서 이런 만남이란 떠나고 나면 파도의 포말처럼 이내 잊혀지는 짧은 기억일 뿐이라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으랴.
언제고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면 그 미소는 추억이 되어 남아 있을 것인데. 소매를 스치는 찰나의 인연도 몇 겁의 아득한
사연이 모여야 만들어지는 것 아니던가.
문득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보니 흐린 하늘 사이로 반짝 햇빛이 들며 포구로
돌아오는 배들을 따뜻한 희망처럼 환하게 빛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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