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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지난 여행기 - 2004발리1

by 장돌뱅이. 2017. 8. 16.

여행기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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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발리공항에서

자카르타나 발리의 공항을 나설 때 혹은 발리의 어느 길거리를 걸어갈 때,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부류 중의 하나가 운전수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자가용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택시?”
“뜨란스뽀트?”
대부분 거절의 뜻을 비추면 그걸로 끝이나, 더러 집요하게 따라오며 ‘찐드기’를 붙는 아저씨들도 있다.
그럴 때면 조잡한 물건을 들고 사달라고 매달리는 상인들처럼 그들의 접근이 귀찮게 생각되었다.

자카르타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발리의 웅우라라이 공항에 도착했다.
그것도 11시 55분에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가 지연이 되어 밤 열두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공항을 나서니 평소에 그토록 북적이던 공항이 썰렁해 보였다.

가족인 듯한 몇몇 사람들끼리 미소로 만나거나 혹은 여행사 직원이나 호텔 종업원들만이 피켓을 들고
손님을 맞을 뿐 줄지어 있던 택시도 눈빛을 맞추며 다가오는 낯익은(?) 아저씨들도 없었다.

처음엔 발리공항이 이럴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걱정보다는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렴 인도네시아에서 탈것 걱정하겠느냐는 그동안의 인도네시아행에서 터득한 느긋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다. 
하나 둘씩 사람들이 제 갈 길로 떠나고 나자 공항에 외국인이라곤 덜렁 아내와 나 둘만이 남게 되었다.
행선지별로 규정요금을 받던 (그래서 이제까지 한번도 이용하지 않던) 택시 접수 데스크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발리택시를 부르자니 공중전화를 걸 동전도 전화카드도 없고 주변을 서성이는 공항직원들은 핸드폰을 갖고 있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공항 출입구 바깥쪽 도로까지 잠깐만 걸어가면 택시를 탈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난데없는 장대비가 문제였다.
건기의 한 복판인 7월의 발리에 웬 비란 말인가.
나 혼자 달려가 택시를 잡아오겠다니까 아내는 비를 맞더라도 같이 가겠단다.
가게들이 점차 불을 끄면서 점차 어두워가는 공항에 혼자 서있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리라.

별 수 없이 빗줄기가 보이는 어두운 도로를 향해 가방을 끌며 걸어가야 했다.

공항 구내를 벗어나 빗속에 막 몸을 맡겨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기 직전 어둠 속에서
갑자기 승용차가 다가와 우리 앞에 멈춰 서며 한 사내가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
“뜨란스뽀트?”
아 이런 반가움이라니!
5분 거리의 꾸따파라디소까지 너무 비싼 가격을 불러 잠시 흥정을 해야 했지만 늦은 시각 그곳까지 들어오고 싶었던
그의 우연한 마음이 고마워 깍은 금액만큼을 그의 어린 딸을 위한 과자값으로 돌려주었다.
가격은 가격이고 팁은 팁이니 가격보호는 자연보호만큼 중요하다고 한 여행자의 수칙도 충실하게 지켜낸 것 아닌가.


무릇 모든 일에 감사할 노릇이다.

비 내리는 늦은 밤 발리의 공항에서 바가지요금의 택시라도 기다리 듯,
너무나 흔하여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이, 성가시게만 생각되어 무시하고 싶었던 일들이
삶의 어느 길목에선 절실하게 필요하고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으므로.

그러기 위하여 좀더 너그러워지자.
좀더 밝은 미소로 공항이나 길거리 혹은 관광지나 해변의 피곤하고 귀찮은 아우성들과 만나자.
옹색한 내 인내심의 길이를 최대한 늘여가며.


70. 꾸따 파라디소 KUTA PARADISO
이번 여행에서 애초 꾸따파라디소에 묵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아내와 내가 생각했던 곳은 짐바란의 리츠칼튼이었다. 언제부터인가(아마 발리테러 이후일 것이다) 발리의 숙소는
그 어디건 내 주머니 사정이 문제이지 늘 예약이 가능하리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만은 여의치 않았다.

방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때문이라던가?
거기에 인터콘티넨탈과 하드락은 전에 묵은 적이 있은 터라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꾸따파라디소였다.
르메르디앙을 고려해 보기도 했지만 늦은 밤에 도착하여 한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지겹게 생각되었다.


꾸다파라디소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배정 받은 방의 문을 열자 지독한 담배냄새가 역겨울 정도로 풍겨 나왔기 때문이었다.
후론트에 가서 비흡연방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자 그런 방은 없다고 한다. 아예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방을 보여주었으나 크기도 작고 위치도 나빠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스프레이 방향제를 얻어 뿌리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면서 특급호텔의 설비와 서비스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노릇이기도 할 것이다.

꾸따파라디소는 해변과도 접하지 않은 좁은 공간에 객실의 수를 늘리기 위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여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숙소이지만 전체적으로 큰 흠을 잡을 것도 크게 칭찬을 할 것도 없는 평범한 숙소였다.
물론 다시 발리에 간다면 꾸따파라디소가 아닌 동일한 가격의 다른 숙소를 찾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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