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어제같은 오늘
아침이 왔다. 동이 터오는 하늘로 가득한 흰 구름이 아름다웠다. 딸아이가 자는 동안 아내와 바닷가를 거닐었다.
파도가 해변을 거의 잠식하여 발 가까이까지 파도가 들이쳤다. 해변엔 자갈이 가득했다.
거제도 몽돌 해변이나 울산 인근 정자 마을의 해변처럼 돌 구르는 소리가 파도소리 속에 실려 왔다.
“팔짱 한번 껴 봐.”
나는 팔을 내밀었고 아내는 아줌마답지 않게 수줍은 듯 그러나 내숭의 눈을 흘기며 내 팔을 잡았다.
오래 전 연애 시절 처음 아내의 손을 잡아본 것만으로 가슴 뛰고 행복하던 때가 있었다.
갑자기 세상이 만만해 보이고 몸에 기운이 솟아 무엇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이었다.
이제 이십년을 가까운 시간에 감정은 무디어져 아내와 팔짱을 낀 것만으로 솔직히 그 때의 감정이 살아나진 않는다.
그러나 여행 중의 아침, 모처럼 잡아본 아내의 팔과 팔을 타고 느껴지는 아내의 체온은, 젊은 시절의 흥분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따뜻함으로 온몸에 전해져왔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시간 중 어떤 힘든 기억도 용서할 수 있을 것처럼
마음이 넓어지고 편안해졌다. 나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어제와 다름이 없는 오늘. 수영장 옆에 자리를 잡고 다시 늘어졌다.
해가 떠오르면서 점점 짧아지는 나무 그늘을 따라 가끔씩 의자를 옮기곤 했을 뿐.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하는 따뜻한 시간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겠는가?
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 바쁜 사람은 바보다. 자신을 괴롭히고 남을 못살게 할 뿐이다.
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 한 사회가 진심으로 이에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
-구본형의 글 중에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짠디다사로 나가 점심을 먹었다.
발리의 여러 곳에 같은 이름의 식당을 갖고 있는 로터스에서 바다를 보며 식사를 했다.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아내와 딸아이가 좋아하는 야채 ‘깡꿍(태국말로 팍붕)’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즐거움이었다.
자바에서는 흔한 음식인데 발리에서는 통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66. AMANKILA
*위 사진 : AMANKILA의 수영장과 바다
*위 사진 : AMANKILA에서 만나 소녀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고급 호텔 AMANKILA로 산책 겸 구경을 갔다.
앞선 여행기에서 반복한 대로 좋은 호텔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 훌륭한 공원이 되기도 한다.
숙박은 못하더라도 그런 곳을 산책하고 커피나 쥬스 한잔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ONE OF THE RENOWNED AMAN GROUP OF HOTELS, IN AN OUTSTANDING LOCATION
SPREAD OUT OVER THE HILLSIDE WITH STUNNING SEA VIEWS. DESIGNED WITH
SIMPLE ELEGANCE TO CREATE A CALMING AND PEACEFUL MILIEU, AND WITH ONLY
35 GUEST PAVILIONS AND 3 VAST SWIMMING POOLS ON DIFFERENT LEVELS OF THE HILL,
IT IS EASY TO IMAGINE YOU ARE THE ONLY GUEST IN RESIDENCE.
여행 안내서 FOOTPRINT에 나와 있는 AMANKILA에 대한 설명이다.
급경사의 언덕에 지어져 있어 어느 곳에서나 바다가 하나 가득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로비와 수영장을 지나 해변으로 나갔다. AMANKILA의 전용 비치였다. 검은 색을 띤 해변이 이채로웠다.
바다에는 근처 빠당바이 PADANGBAI를 드나드는 배들이 떠 있었다.
해변에도 우리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해변을 지키는 호텔 종업원들이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롬복해협의 바다를 보며 쥬스를 마시고 우리는 ALILA로 돌아왔다.
오늘이 발리에서의 마지막 저녁이구나 하는 생각이 안타깝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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