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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지난 여행기 - 2003발리3

by 장돌뱅이. 2017. 8. 14.

57. ALILA UBUD

*위 사진 : ALIA UBUD의 아침

이번 여행에서 할 일은 ‘게으름 피우기’로 정했다.
숙소를 ALILA로 단순화 한 것도 동선(動線)을 가능한 짧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침 식사도 룸서비스로 하고 주로 호텔 수영장을 중심으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호텔내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최대한도로 이용해보자는 것이 딸아이의 제안이었다.
때문에 다른 때와는 달리 숙소 예약을 제외하곤 준비할 것도 없었다.


방으로 늦은 아침을 시켜 먹고 모두 수영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책 한권씩을 들고
수영장 옆 파라솔 밑에 길게 누었다. 한가하다. 조용하다. 세상이 원래 이런 상태였으리라.

빈 깡통처럼 너무 목청만 높이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면 숨어 있던 다른 것들을 듣고 보게 된다.
수영장 수면 위로 작은 주름을 만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들리고 어디선가 낯선 새소리가 들려왔다.
나른하게 졸리기도 했다.
책을 덮었다.

멀리 진한 초록의 산 능선 위로 흰 구름이 흘러갔다.

아내와 딸아이가 호텔 내에 있는 스파에서 맛사지를 받는다고 가버리고 나자 수영장엔 내내 나 혼자였다.
바람마저 잦아들자 텅 빈 수영장은 하늘을 가득 담고 누워있었다. 책을 읽다가 덮었다가.깜박 잠이 들었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곁에는 아내와 딸아이가 막 맛사지를 끝낸 개운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맛사지에 만족한 아내와 딸아이는 ‘내일은 풀코스 스파!’라고 입을 모았다.


*위 사진 : 음식 이름이 ????


*위 사진 : 가도가도 GADOGADO


*위 사진 : 뻬뻬스 이깐 PEPES IKAN


*위 사진 : 발리식 사떼와 미 고렝 BALINESE SATAY AND MI GORENG 

수영장에서 계단을 오르면 바로 식당이다.
알고보니 ALILA의 식당은 우붓의 쟁쟁한 식당들 가운데서도 만만찮은 유명세를 지닌 식당이었다.
뻬뻬스 이깐 PEPES IKAN과 가도가도 GADO-GADO 등 인도네시아 혹은 발리 음식을 위주로 주문을 하였다.
뻬뻬스는 바나나 잎으로 싸서 구운 생선이나 고기 종류를 말하고 이깐은 생선을 의미한다.

서너 시간마다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배가 고파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식사 후 우리는 게으른 소처럼 어슬렁거리며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갔다.


58. 우붓대로 & 식당 MOSAIC

*위 사진 : 뿌리 루끼산 박물관 MUSEUM PURI LUKISAN

저녁나절 우붓 시내로 나갔다. 나가는 도중에 MOSAIC식당에 들러 저녁 예약을 했다.
그리고 그냥 우붓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로를 따라 걸었다.

한국으로 전화를 해야 한다는 딸아이를 WARTEL로 안내 했다.
수다 - 딸아이의 수다가 멈추면 그것은 몸이 아픈 것을 의미하는 터라 그 조잘거림은
아내와 나를 안심시키는 딸아이의 밉지 않은 건강 인디케이터이기도 하다.

뿌리 루키산 박물관 PURI LUKISAN MUSEUM에서 그림을 보았다.
서두를 일이 없으므로 박물관 벤치에서 앉아 다리쉼을 했다.
박물관 연못의 연꽃이나 정원의 나무들이 그림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카페 로터스의 사원에서는 발리 전통 춤사위를 연습하는 어린 소녀들을 볼 수 있었다.
손동작과 눈동자를 교대로 엇갈리게 하는 자세를 취하는 어린 춤꾼들이 앙증맞고 귀여웠다.

우붓시장에 들렸다. 아내와 딸아이는 여러 가게에 들려 물건을 고르고 값을 물어보았지만
정작 물건은 하나도 사지 않았다. 하나의 물건을 사기 위해 허비하는 그런 식의 시간을
나는 늘 비효율적인 것으로 규정하지만 아내와 딸아이는 그 ‘비효율’은 즐겁고도 흡족하게 즐기는 터라
나의 빈정거림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보디가드처럼 알맞은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을 뒤따르다 가끔씩 카메라셔터만 누르는 일뿐이다.

그리고 몽키포리스트로드를 따라 내려가다 LAMAK에 들려 커피를 마셨다.
변함없이 친절하고 싹싹한 종업원들이 마음을 유쾌하게 했다.



예전에 우붓에 혼자 왔을 적에 그림자극 와양 꿀릿 WAYANG KULIT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몰입을 해서 무척 재미있게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공연의 내용도 장소도 예전과 동일한데 말이다.

식구들의 반응도 ‘별로’라는 표정이었다.
“아마 아빠가 그 땐 무척 외로웠었나 봐.” 
딸아이가 와양꿀릿 극장을 나오며 한 말이다.



공연을 보고 찾아간 식당 모자익 MOSAIC은 만원이었다.

AT THE FRONT DOOR, YOU ARE ALREADY PREPARING YOURSELF FOR SOMETHING DIFFERENT.
SOMETHING SPECIAL! A MORE ELEGANT ENTRANCE IT WOULD BE DIFFICULT TO IMAGINE. 

                                                                                                   - balieats.com에서-

어디 입구뿐일까? 음식도 종업원의 서비스도 분위기도 'SOMETHING SPECIAL'이었다. 
그 때문에 우붓뿐만 아니라 발리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근 들어 가장 인기 있는 식당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조명으로 불 밝힌 열대 나무의 그림자 속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 저마다의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풀어놓고 있었다.
우리는 낮에 미리 예약을 해둔 숲 속 자리에서 여섯 코스로 나뉘어 나오는 주방장 스페셜로
다소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코스마다 나오는 음식은 MOSAIC이 왜 인기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이었다.
특히 매 코스별 음식이 우리 가족 각자에게 다른 종류로 나와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러니까 열여덟 종류의 음식이 나온 것이고 거기에 주방장 서비스가 두 가지 정도씩 있었던 걸로
기억되니 스무 가지 이상의 다양한 음식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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