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식당 PJ'S과 ALILA UBUD
*위 사진 : 자카르타를 출발한 가루다 비행기가 발리의 웅우라라이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발리의 웅우라라이 공항을 나서자 약속된 ALILA의 직원이 팻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ALILA로 향하기 전에 FOUR SEASON JIMBARAN에 있는 식당 PJ'S에 들려 요기를 하기로 했다.
PJ'S는 지난 번 아내와 여행 시 만족했던 곳이라 그 때 동행하지 못한 딸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건기임에도 식당에 들어서자 난데없이 비가 쏟아졌다. 해변 풍경이 부옇게 될 정도로 굵은 빗줄기였다.
*위 사진 : 딸아이와 함께 다시 찾은 포시즌 짐바란의 식당 PJ'S
의외인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PJ'S의 메뉴판에는 예전에 아내와 즐기던 음식이 빠져 있었고
기억을 더듬어 시킨 음식도 어째 예전만 못해 보였다. 매우 만족했던 지난 음식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 있는 동안 점점 커져 아내와 내가 PJ'S에 대한 과장된 기대치를 갖고 있던 탓은 아니었다.
아내는 직접 자신이 조리한 음식의 품평에는 종종 객관성을 잃지만(?) 남의 음식에 대해서는
늘 객관적이고 일관적인 품평을 유지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PJ'S의 요리사가 바뀌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발리 테러 이후 경영난에 봉착한 호텔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외국인 요리사를 붙들고 있기가 힘든 탓이었을까?
식사를 마치고 ALILA UBUD의 입구에 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짙은 어둠이 내려 있었다.
차량의 불빛으로 밝혀진 길은 논 사이로 휘어져 나있었다. 아마 테러의 후유증인 듯한 입구의 차단기를
지나서도 차는 논사이의 길을 따라 제법 한참을 들어갔다.
밤하늘의 별이 늘 나로 하여금 감정의 제어를 하지 못하고 감탄사를 터뜨리게 하듯이 계단처럼
층을 이루며 산을 거슬러 올라간 발리의 논도 역시 그러하다.
몇 해 전 홀로 우붓에 머물면서 산자락을 따라 층을 이룬 논 사이를 걸어 내려왔던 적이 있다.
콧노래를 부르며 무척이나 행복하고 기운차던 시간이었다. ALILA는 그와 비슷한 곳에 있었다.
우붓의 저녁은 서늘하다. 우붓의 외곽에 위치한 ALILA의 저녁은 더욱 선선했다.
ALILA UBUD에는 단하나의 식당이 있다. 높다란 발리식 지붕에 사방이 터진 시원스런 공간이었다.
손님이 우리를 포함 하나, 둘, 셋, 단 세 테이블이었다. 그래도 작은 무대 위의 가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손님 수보다 많은 종업원은 눈빛만 마주쳐도 웃는 얼굴로 반응을 보이며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다.
우리는 맨 바깥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별맥주’(비르 빈땅)를 시켰다.
짐바란에서 우리를 맞았던 빗줄기가 ALILA까지 우릴 따라와 작은 빗방울을 부슬거리듯 뿌렸다.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싫지 않은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비가 그치자 바람에 밀려가는 구름 사이로
별들이 선명하게 나타났다간 빠른 속도로 지워지곤 했다.
아내가 이야기를 했다. 모두 웃었다.
딸아이가 이야기를 했다. 모두 웃었다.
내가 이야기를 했다. 모두 웃었다.
실없는 농담으로 웃고 여행을 떠나 올 때마다 몇 번 째 재탕을 하는 지난 이야기에 또 크게 웃었다.
사는 일이 축복으로 충만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이런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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