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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지난 여행기 - 2002발리5(끝)

by 장돌뱅이. 2017. 8. 12.

52. QUICKSILVER
몇 차례의 발리 여행 중 한번도 DAILY CRUISE를 이용해 보지 않은 것은 나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었다.
나에게 바다는 늘 보는 바다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딱 한번 발리하이 크루즈를 이용해 보려고 일정을 잡았던 적은 있다. 재 작년 어린 조카들과 발리를 여행 할 때였다.
그러나 파도가 너무 높아 포기하고 말았다. 발리하이측에서도 스노클링등이 가능할지 장담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퀵실버도 여행사를 통해 문의를 해보긴 했지만 이용하진 않았다. 그 이후 나는 퀵실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람을 우민화하는 듯한 그들의 천차만별인 가격정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용을 한다면 다른 회사 "발리하이"라고 마음에 두고 있었다.


*위 사진 : 퀵실버를 타고 바다로 가다가 뒤돌아본 풍경 - 멀리 보이는 섬이 발리섬이다.

그러다 이번 여행에서 우붓행을 취소하면서 발리하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호텔내의 여행사에서 "발리하이"를 협의하다가 39불짜리 퀵실버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발리하이 가격보다 일인당 50불 정도가 싼 가격이었다. 아내와 합치면 100불정도의 차이에 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슷하다면 구태여 비싼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싼 게 비지떡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실속과 품질 사이에서 아내와 나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퀵실버로 선택을 하였다.
퀵실버의 안내문에 쓰여있던 다음과 같은 안내문은 여전히 마음에 안들었지만 100불의 차이를 무시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크루즈 여행 자체에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퀵실버의 팜플렛에 이상한 문구가 있었다.

 *RATE US $39 ONLY
  INCLUDE : HOTEL TRANSFER

*5 - 14 YEAR HALF PRICE

* NOT VALID FOR ASIA MARKET

아시아인들에게 더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아시안들에겐 일인당 100불 가까운 가격이 적용된다고 했다.
왜 그럴까?
그들은 아시안을 봉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 아시안이 아니라 “한국인은 예외”인 것을 차마 적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아내와 나의 그러한 의문은 적어도 이 날 우리가 탔던 퀵실버호에서는 옳았던 것 같다.
퀵실버의 정원이 몇 명인지는 몰라도 승객 중 209명인가가 한국인이라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의 신혼부부를 빼면 대부분의 승객이 단체관광객인 듯 했다.
나는 그들 앞에서 들고 갔던 39불이 선명히 적혀 있는 팜플렛을 차마 꺼내 읽어 볼 수 없었다.

배는 완전히 한국인들을 위한 배로 분위기가 거제도나 제주도 해안선을 도는 유람선 분위기였다.
이 날 아내와 나는 퀵실버호의 선상에서 몇 차례의 발리 여행동안 거의 만나지 못했던 한국인들에 대한
그리움(?)을 원없이 풀 수 있었다.

39불짜리 손님들에겐 손목에 비닐 테이프를 감아 주었다. 거금을 지불한 손님들과의 구별을 위한 조치인 듯 했다.
39불짜리 손님은 옵션으로 되어있는 바나나보트 등 몇 가지는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를 타고 나서 테이프를 풀러버리면 구분이 불가능하였기에 별 의미가 없는 조치였다.
의미 여부를 떠나서 바나나보트가 그리 매력적인 것도 아니었기에
아내와 나는 물미끄럼틀과 스노클링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침 9시경에 항구에서 출발하여 두시간만에 페니다 섬 근처에 도착
(이 날은 파도가 높아 시간이 평소보다 많이 걸렸다.)

오후 2시 반 정도면 다시 배로 승선해야 하는 짧은 일정은, 스노클링에 점심식사,
그리고 물미끄럼틀만 즐기기에도
넉넉하지 못한 시간이라는 것이 아내와 나의 생각이다.


*위 사진 : 퀵실버에서 본 뻬니다섬

QUICKSILVER가 어떤 상품을 놓고 자신들의 이윤을 붙이는 것은 정당한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현지 상황에 익숙하지 못하고 언어소통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약점에만
초점을 맞추어
여행자들을 우민화하는 식의 영업방식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인은 제외”라는 단서를 하단에 작은 글씨로 달아놨다고 해서 ‘면피’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시아인을 제외한다는 것에 적절한 이유가 없다는 데서 불쾌하기까지 하다.
여행자들이 만족하기만 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그보다 앞서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만약에 그것이 한국의 단체여행객을 목표로 써놓은 단서라면 (그럴 개연성이 높아보인다.)
그와 관련된 한인여행사도 비판에서 그리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QUICKSILVER에 개인 여행객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 아내와 나의 느낌이었다.
가이드가 따라온 여행객들은 짐을 가이드에게 맡기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지만 개별 여행자는 가지고 온 짐을
식당 부근 바닥에 그냥 놔두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물론 우리도 바닥에 짐을 놓았어도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고객의 소지품 분실이라는 사고의 가능성은 언제든 있어 보였다.

오천루피아에 LOCKER를 빌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수가 충분치 않아 보였고 한번 LOCKER를 열고
다시 잠그려면 또 다시 같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QUICKSILVER는 이미 피피섬이나 보라카이 등지에서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해 본 사람이라면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은 일정이다. 스노클링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의미있는 일정일 수 있겠으나
차와 배를 타고 오고 가는 이동시간에 비해 놀이 시간이 그다지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왕지사 여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스노클링은 다른 곳에서 경험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떨까?
더군다나 대개 일주일미만의 일정으로 바쁘게 발리를 다녀가야 하는 통상적인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물론 우리 부부의 사견이지만 말이다.

신혼부부의 모습은 어디서 보건 흐뭇하고 사랑스럽다. 또 부럽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 선상에서 한 젊은 부부를 만났다. 여행이라는 감성이 더해져서인지 대번에 가까워져
아내와 나는 그들은 우리 집(호텔)로 초대를 했고 비치바에서 노을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저마다의 숙소로 갔다가 다시 해산물 카페에서 만나 식사를 같이 했다. 아
내와 나는 원래 마데카페를 갈 예정이었으나 검증된 장소를 이들 부부에게 안내하기 위해 다시 리아 카페로 갔다.
나의 안내가 틀린 것이 아니었기를 빈다. 그들 부부는 이튿날 우붓으로 간다고 했다.
추천 식당을 묻는 그들에게 나는 어제 저녁에 들렸던 식당 LAMAK을 적극 추천하여 주었다.


* 위 사진 : 퀵실버에서 만나 부부와 인터콘티넨탈 비치바에선 본 노을


* 위 사진 : 인터콘티넨탈에서 야외 식사를 갖는 손님들을 환영하는 모습.
                 이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은 호주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아내는 그들 중에 몇몇은 불과
                 이틀 뒤의 
테러에 희생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53. 또 한번의 여행을 접으며



저녁 비행기를 타야 하는 마지막 날. 아내와 여행 중 마지막 날은 늘 복습의 과정이었다.

아침에 일과처럼 다시 수영장과 그늘집을 왕복하며 보냈다.
아내를 위해 호텔내의 스파를 가보기도 하였으나 우리가 원하는 시간엔 또 불가능 하였다.
늘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 탓에 벌써 아내는 몇 번인가의 스파를 놓쳤다.

체크 아웃을 한 후 다시 포시즌의 식당 PJ'S를 찾았다. 돼지갈비와 나시고랭 NASI GORENG을 시켰다.
이제까지 먹어본 나시고랭 중 가장 맛이 있었던 것 같다.


* 식당 PJ'S에서 마지막 식사 - 사진을 찍기 전에 갈비를 먼저 뜯고 말았다. 


* 최고의 나시고랭


여행을 준비하고 일정을 짜고 일정에 따라 부지런히 쉬고 돌아다니며 늘 흡족했는데도 떠나는 날엔 아쉽다.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각난다. 우선은 스파가 그랬다.

아내와 다시 한번더  맨발로 해변을 걸어보고 싶다.
짐바란 포구도 다시 가보고 싶다.
바다는 더 넓어진 것 같고  숲은 더 푸르러진 것 같다.
우붓에선 왜 잠을 자지 않았을까?
띠르따강가도 계획에 넣었다가 뺐는데......
동쪽의 아메드는...... 북쪽의 로비나는......
그것이 다분히 욕심인 줄 알면서도 아내와 나는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5일의 여행이었지만 우리는 그보다 100배 이상의 날을 두고 그 시간을 되집어볼 것이다. 별
빛과 햇빛과 불빛과 바다와 파도와 향불과 노래와 춤과 음악과 웃음과......
이 아름다운 발리에서 머무는 동안에 아내와 나는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었고 하늘을 나는 듯이 가벼웠으며 
아름다운 꿈만을 꾸었을 뿐이다.
마지막 날의 이 진한 아쉬움도 미련도 다 그 아름다움 속에 있는 것이리라.

평안하라.
부디 평안하라.
내가 사랑하는 섬이여.
아내와 내가 사랑하며 사는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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