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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지난 여행기 - 2002발리4

by 장돌뱅이. 2017. 8. 12.

47. FOUR SEASONS RESORT 


*위 사진 : 숙소인 인터콘티넨탈의 수영장과 주변

오전을 다시 호텔 수영장과 그늘집에서 변함없는 쏠쏠함을 즐기며 보냈다.
하늘은 맑았고 햇살은 강렬하였지만 큰 소리로 해변을 울리는 파도와 함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할 뿐이었다.
해가 하늘 한가운데로 솟아 올랐을 때 우리는 슬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언제나 행복하게 느껴지는 여행 중의 이 출출함.


* 숙소의 해변에서 남쪽으로 보면 해변 끝에 포시즌 리조트가 보있는 언덕이 보인다.

밤중에 인터콘티넨탈 앞 해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짐바란 해변을 감싸 안은 듯
바다쪽으로 뻗어나간 언덕엔 많은 불빛이 보였다. 도
착 첫날 아내와 나는 그곳이 발리인들이 사는 마을일까 아니면 리조트일까 궁금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호화 빌라 단지인 포시즌이었다.
어떤 여행사의 가격표에는 침실의 수에 따라 미화696불에서 삼천불이 넘는 것까지 있었다.

하루 밤에 3000불이 넘는 빌라라! 그런데서 자면 아까워서 잠이 올까?


* 포시즌 리조트 풍경

FOUR SEASONS의 부속 식당인 PJ'S로 가기 전 우리는 빌라를 둘러보기로 했다.
십여 년전 우리가 맨 처음 발리여행을 계획할 때 도움을 주었던 교민회의 인니어 강사는
발리에서는 호텔의 경관을 구경하는 것도 일정에 넣으라고 충고를 했었다.
그 뒤로 아내와 나는 꼭 내가 묵는 곳이 아니더라도 가까이 있는 이름난 숙소의 시설과 경관을 돌아보곤한다.

호텔이라기보다 잘 가꾸어진 한적한 공원같은 느낌을 주는 빼어난 호텔이 발리에는 산재해 있다.
포시즌은 짐바란 비치의 한쪽 끝에서 활처럼 휘어진 모습의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에 있다.
차도에서 내려 바로 식당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있지만 우리는 로비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빌라와 빌라 사이로 통하여 식당으로 가는 길은 한적해서 좋았다. 
작고 예쁜 수영장과 곳곳에 만들어 놓은 그늘 쉼터, 화단의 화려한 꽃무더기 등을 볼 수 있었다.


48. 식당 PJ.

*위 사진 : 해변에서 본 식당 PJ'S의 전경.

FOR A VERY PLEASANT LUNCH YOU SHOULD TRY THE DELICIOUS PIZZAS,
SALAD AND OUTSTANDING DESSERTS AT THE FOUR SEASONS RESORT'S
PJ'S SET RIGHT ON THE BEACH."
                                                                         -「baliguide.com」에서-

식당 이름 PJ는 PANTAI JIMBARAN(짐바란 해변)의 약자이다. 이름처럼 식당은 짐바란 해변 가까이에 있다.
식당에서 바라보는 해변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바다와 해변은 텅 비어있었다. 멀리 서핑을 즐기는
몇 명과 해변을
거니는 몇 명의 사람의 움직임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한 낮임에도 적막한 느낌마저 들 정도의 조용함.
눈부신 햇살. 푸른 바다. 흰 거품을 머리에 인 채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
귓전을 간질이고 지나가는 살풋한 바람.
그 흔하디 흔한 것만으로도 세상은 얼마나 충만할 수 있는 것인지. 
아내와 나는 해변을 내려다보며 잠시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때때로 말은 불필요한 장식물이기도 하다.
피자와 샐러드를 시켰다.
음식도 종업원의 미소와 친절도 짐바란 해변의 풍경과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 식당 PJ'S에서 내다본 짐바란 해변 


* 위 사진 : 피자와 샐러드


49.
수드라의 이름 
인도네시아 법규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발리에는 인도처럼 카스트제도가 존재한다.
같은 힌두문화권이기 때문일 것이다. 잘 아려져 있다시피 카스트제도에는 4가지 계급이 있다.
신관계급인 BRAMANA, 왕족계급인 KSHATRIA, 상인계급인 WEISA, 그리고 농노계급인 SUDRA가 그것이다.
각 계급은 저마다 독특한 단어를 이름을 넣어 이름만 들어도 어떤 계급에 속해 있는지 알수 있게 되어있다.

여행자로서 우리가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운전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운전수는 수드라 출신이다.
운전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발리인이 수드라에 속한다. 수드라는 자식을 낳으면 낳는 순서대로
붙이는 이름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첫째는 WAYAN(와얀, 혹은 LUH, PUTU, GADE), 둘째는 MADE
(마데, 혹은 KADEK), 셋째는 KOMANG(꼬망, 혹은 NYOMAN), 넷째는 KETUT(끄둣)이라고 한다.
다섯 번째로 태어나는 이는 다시 WAYAN으로 돌아간다.
물론 이런 공통적인 이름 뒤에 자신만의 이름을 덧붙여진다.

카스트제도가 발리인의 실생활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계급이 다른 남녀가 결혼을 하면 남자의 계급을 쫓아간다는 간다고 하니 계급간의 결혼도
허락되는 것으로 보아서 종교적인 행사가 아닌 실생활에서는 계급의 엄격함이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했다. 혹 고색창연한 촌노들 사이에서는 아직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할 원칙일수는 있겠지만.

우리와 함께 오후에 우붓으로 간 운전수의 이름은MADE SUDIARSA였다. 그러니까 집안에서 둘째 아들인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발리인이 그렇듯이 매우 순박하고 정감있는 사람이었다. 무엇인가 말을 할 때면 늘 수줍음이 묻어 났다.
그는 NELAYAN식당에서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돌아오는 밤 판씨PANSEA 호텔에서 불러준 발리택시의 운전수였다.
아내와 나는 그가 마음에 들어 우붓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동행을 요청했던 것이다.

애초 이번 여행은 짐바란과 우붓으로 나누어 숙박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우붓 숙소 예약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그리고 짐바란이 마음에 들었던 관계로 그냥 주저 앉고 말았다.
마음 먹었던 마야 우붓은 빈방 없다고 했다. 개별빌라는 숙박비가 부담이 되어 조금 싼 일반 객실을 원했었는데.

물론 우붓에는 무수한 숙소가 있어 설령 예약을 하지 않고 가더라도 어디건 들어갈 수 있을 터이고 꾸따 주변의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짐을 꾸리고 옮겨다니는 번거로움이 갑자기 싫게 느껴져 인터콘티넨탈을 연장하였다.

“아직 한국사람들이 우붓까지는 잘 들어가지 않아요.”
발리에 거주하는 한 여행사 지사장님의 말이었다.

숙박은 하지 않더라도 우붓팰리스에서 공연과 저녁 무렵의 우붓을 어슬렁 거리고 싶었다.
우리는 먼저 마야 우붓으로 갔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이름난 숙소를 공원으로 생각하고 간다.
숙박은 안하더라도 잘 가꾸어진 정원을 공짜로 감상하며 걸어볼 수 있고 한적한 커피숍에서
쥬스 한잔을 마시는 나른함을 어떤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만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야 우붓은 언덕의 능선을 따라 지어져 있기 때문에 탁 트인 전망이 훌륭한 곳이었다. 로
비에서 바라보면 왼쪽으로는 물이 흐르는 게곡을 건너 열대의 숲이 무성한 산자락이고
오른쪽으로는 아내와 내가 발리에서 가장 사랑하는 풍경 중의 하나인 계단식 논이
시루떡을 포개 놓은 듯 펼쳐져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명당’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어떤 복잡한 풍수지리 논리  이전에  풍경이 편안하고 위로를 주는 듯하며 크게 공기가 말고
바람이 신선하여 크게 숨쉬어 보고 깊은 
곳 아닐까?
마야 우붓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천천히 빌라 사이의 능선을 따라 난 길을 걸어 한바퀴를 돌아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얼굴에 감기는 부드러운 바람소리가 아늑한 시간이었다.
커피숍 난간 자리에서 수박쥬스를 마시며 계곡과 논과 빈 하늘을 다시 눈에 꼭꼭 담아 두었다.


50. 카페 NURIANA'S와 라마야나공연
* 누리아나의 노을, 시야를 가로막는 새로운 건물에  예전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MONKEY FOREST ROAD과 평행으로 난 JL HANOMAN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MONKEY FOREST로 가는 삼거리를 지나 NURIANA'S 카페가 있다.
논에 바짝 붙여져 지은 이 카페는 평화스러운 논과 건너의 숲을 건너 사위어가는 노을이 좋았던 곳이다.
논을 카페의 정원으로 끌어들인 지혜가 소담스러운 이 곳은 우리 농촌의 모정같은, 혹은 마음씨 좋은
삼거리 주막집 아줌마가 있을 것 같은 수수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그러나 한적했던 이곳도 무엇인가 끊임없이 짓고 세우는 개발이 된지 오래여서 논 한가운데를
사정없이 가르고 들어선 새로운 건물 예전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헤치고 있었다. 
 



우리가 날마다 고향에서 멀어지면서 살고 있듯이 우붓도 원래 있던 곳에서 자꾸 밀려나면서 존재하는 세상이다.

아내와 나는 여물어가는 곡식을 지키기 위해 논 위로 가로지는 여러 줄에 매달린 깡통과 패트병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사위어가는 저녁 들판엔 새들이 서둘러 숲 사이로 깃들고 하루의 노동을 끝낸 농부가
무엇인가 아직도 아쉬움이 남은 듯 물끄러미 논을 바라보고 있었다.

NURIANA'S에서 나온 우리는 라마야나 공연 RAMAYANA BALLET을 보러 우붓팰리스로 갔다.
이 날 저녁의 라마야나는 우리가 바롱댄스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선 스토리가 재미있었고 춤과 음악이 즐거웠다.
아마 입구에서 나누어준 팜플렛을 통해
사랑하는 시타를
악마의 손에서 구해내는 라마의 이야기를 개략적이나마 인지하여 공연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부족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토리가 어떤 공연을 이해하는 열쇠는 아니지만 문화와 감성이 다른
이국의 공연을 이해하는데
전체적인 스토리의 인지는 필요한 것이었다.

등잔불이 켜진 커다란 힌두탑을 통해 들고 나며 공연을 하게 되어있는 공연장도
가믈란의 독특한 음색과 더불어 싫지 않았다.

51. LAMAK RESTAURANR & BAR

 

LAMAK IS UBUD'S NEWEST TOP CLASS EATERY. IT WAS OPENED IN
FEBRUARY 2002 AND IS LOCATED ON MONKEY FOREST ROAD A BIT SOUTH
OF SOCCER FIELD NEXT TO SAI SAI BAR. THE UNIQUE DESIGN IS BY MADE
WIJAYA(AUSTRALIAN MICHAEL WHITE), AND THE RESTAURANT IS OPERATED
BY GERMAN CHEF ROLAND LIKERT.
                                                                          -「baliguide.com」 중에서-

발리 전역이 그렇지만 우붓에서는 먹는 것 때문에 고민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느 식당으로 가야할 지가 문제인 것이다.

예정대로 우붓에 묵었다면 여러 군데를 섭렵했겠지만 단 한끼의 식사는 아내와 나를 잠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LAMAK은 그 고민 끝의 결정이다. 카페 와얀도 카페 로터스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었다. 
 

LAMAK은 발리적인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지만 현대적 감각의 구조와 세련된 조명이 매우 좋았다.
일층과 이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일층은 칵테일 라운지, 이층은 식당이었다.
이층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늘 선선한 우붓에서 에어컨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이층 난간에 좌석에 자리 잡았다. 음식은 대부분의 발리의 식당이 그렇듯 동서양을 통틀은 메뉴인 듯 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아내와 나는 와인도 곁들이는 호기도 부려봤다. 종업원의 친절함을 넘어선 극진함에 대한
답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치 오랜 단골을 대하는 듯 스스럼이 없으면서도 상냥한 아가씨들의 서빙에

아내와 나는 음식의 맛을 떠나 이번 여행 중 가장 흥겹고 유쾌한 분위기의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LAMAK과 붙어 있는 사이사이바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유일한 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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