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아름다운 언덕 위의 집" - 뽄독 바뚜르 인다 PONDOK BATUR INDAH
띠르따강가는 우선 1940년대에 암라푸라의 마지막 왕에 의해 만들어진 물의 궁전
WATER PALACE으로 알려져 있다. 물의 궁전은 안에는 여러 개의 POOL이 있고
그 중 몇 개에서는 아직도 수영을 할 수 있다. 주변 산의 계곡을 흐르는 물과 샘에서
솟아나는 물이 수영장에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바닥엔 수초가 자라있는 곳도 있지만 POOL 안의 물은 깨끗해 보였다.
아이들 몇 명이 발가벗은 채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정겨운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동네 방죽에서 같은 모습으로 물놀이를 해본 기억 때문일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개구쟁이 녀석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알몸으로 포즈까지 취해 준다.
물의 궁전을 끼고 있는 띠르다아유 호텔 TIRTA AYU HOTEL에서 커피를 마시며
궁전의 전경과 주위를 둘러보았다. 띠르따강가는 계단식 논으로 만들어진 언덕과 야자나무로 덮힌
아름다운 산자락에 아늑하게 묻힌 작고 사랑스런 마을이다. 나는 호텔 종업원에게 뽄독 바뚜르 인다
PONDOK BATUR INDAH(아름다운 언덕 위의 집)의 위치를 물어 보았다.
종업원은 호텔 뒤쪽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지름길로 갈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뽄독 바뚜르 인다는 띠르따강가를 내려다보는 아바비 ABABI라는 마을의 언덕에 있었다.
나중에 보게된 것이지만 방문객의 소감을 적는 숙소의 COMMENTS BOOK에 써있던
어느 호주에서 온 가족의 글은 PONDOK BATUR INDAH에 대하여 내가 느낀 감정 그대로였다.
WE HAVE BEEN HERE FOR 4 DAYS AND IT SEEMS WE HAVE ONLY EATEN AND SLEPT.
IT HAS BEEN SO RELAXING. WE FEEL REFRESHED AND REJUVENATED.
THE WALK TRACKS AROUND HERE ARE FANTASTIC. PLEASE HIRE A GUIDE
(WE HAD 'MADE'-마데는 주인 게데의 동생임) AND GO FOR A FEW HOURS. THE PALACE POOL
IS GREAT FOR COOLING OFF AND VERY CLEAR. KADEK & KOMANG (주인 GEDE의 부인과 여조카)
ARE THE BEST FOR COOKING. WE ATE ALL BUT ONE MEAL HERE.
GEDE & FAMILY ARE SO HOSPITABLE AND FRIENDLY THAT YOU CAN'T BUT FEEL AT HOME.
OUR ROOM IS LOVELY AND THE VIEW FROM THE BED IS FANTASTIC. THANK YOU, GEDE AND
KADEK FOR A WONDERFUL TIME AT PONDOK BATUR INDAH.
뽄독 바뚜르 인다에는 방이 네 개뿐이다. 하루 숙박료는 3만 루피아(4천원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특급호텔처럼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깔끔했다. 고동색 타일이 깔린 방과 흰색의 침대 카바가 깨끗하고
구식이지만 화장실도 깨끗했다.
무엇보다 주인 게데의 부인인 까덱 KADEK 과 조카인 꼬망 KOMANG의 수줍은 듯한 친절함이 편안했다.
그 친절함은 특급호텔의 규격화된 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가족같은 안락함이었다.
샤워를 끝내고 개운한 기분으로 시원한 맥주 한병을 시켜 놓고 저녁때까지 베란다에서 책을 읽었다.
가끔씩 눈을 들어 시루떡을 겹겹이 포개 놓은 듯한 앞산 자락의 계단식 논을 바라보는 것은
뽄독 바뚜르 인다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저녁에 띠르따강가로 내려가 GOOD KARMA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던 나는 계획을 바꾸어
뽄독 바뚜르 인다에서 까덱과 꼬망이 만들어주는 인도네시아 음식, 야채에 땅콩소스를 곁들인 가도가도
GADOGADO와 짭짜이 CAP-CAY를 먹었다. 앞선 호주 사람의 칭찬처럼 훌륭한 솜씨였다.
나중에 맥주와 함께 시킨 바나나튀김(삐상 고렝 PISANG GORENG)도 내가 먹어 본 것 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산 속이어서 밤이 되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들리는 소리는 개구리와 풀벌레의 울음뿐이었다.
마치 세상과 멀리 떨어진 깊은 산사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밤늦게 비가 쏟아졌다.
나는 읽던 책을 덮고 베란다의 불을 껐다. 순간 불빛에 밀려 화단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던 어둠이
코 앞도 안보이게 밀려왔다. 한참 동안 어둠 속에 앉아 빗소리를 들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그 자체로 철학이다. 나는 비에 씻겨 정갈해진 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예정을 바꾸어 이 곳에서 하루밤을 더 묵어 가기로 마음 먹었다.
34. 발리의 동쪽 끝, 아메드 AMED
이른 아침 발리의 닭들이 그 특유의 금속성 울음소리로 나를 깨웠다.
발리뿐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닭들은 그 울음소리가 꼭 쇠를 긁어대는 듯 해서 듣기가 괴롭다.
우리나라 닭들의 향수 어린(?) 울음소리와는 천지 차이이다. 특히 아침에 이불 속에 더 머무르고
싶은 달콤함을 방해하는 그 '쇳소리'는 죽도록 미워진다.
예전에 자카르타에 살 때 맞은 편 중국인 집에 여러 가지 새와 닭이 있었는데 그 집의 닭이 꼭 그랬다.
일요일 날 아침의 안락한 수면을 언제나 귀를 찌르는 울음소리로 방해를 하였다.
'내 무슨 수를 쓰든 저 놈의 닭을 잡아 백숙을 해먹고 말아야지.'
나는 해묵은 결심을 다시 되새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으로 가려고 방을 나서자 옆방의 뉴질랜드에서 온 CAMPELL씨 부부가 막 문 앞을 지나다 눈이 마주쳤다.
CAMPELL씨 부부는 어제 이 곳을 찾아 오는 도중에 만나 사이로 저녁도 함께 하여 낯이 익은 사이이다.
부인 JANE은 아침 인사가 끝나자마자 자신들은 이 곳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이 곳에서 하루 더 묵어가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준다.
나도 밤사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하니 서양인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써가며 반가워한다.
그들도 나도 원래는 이 곳에서 하루만 묵고 아메드 AMED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AMED행은 대중 교통을 사용하지 않고 게데의 사촌인 와얀 WAYAN의 차를 빌리기로 했다.
편도가 아니고 오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했으므로 대중 교통은 좀 불편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메드에서 한두시간의 스노클링 이외에는 주변을 돌아보려고 마음 먹었으므로 차를 빌리는 것이 나았다.
아메드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산을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은 꼭 우리나라의 산골길 같아 낯설지 않았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듯한 계단식 논은 언제나 보아도 감동적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간 노동의 유일한 창조물은 오직 논과 밭뿐이다. 그 가운데 구북 GUBUK이 있다.
우리 말로 하면 모정(茅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정은 짚이나 새 등으로 지붕을 엮어 논이나 밭 가운데
새워 놓은 휴식용 정자 같았다. 건강한 노동이 있는 곳에 언제나 건강한 휴식이 있다.
그 반대도 말이 된다. 아니 노동과 휴식은 분리 시킬 수 없는 하나의 개념이다.
휴식 없는 노동은 잔인한 형벌이고 노동 없는 휴식은 나태일 뿐이다.
*위 사진 : 발리의 동쪽 끝 , 아메드 해변
아메드에서는 DIVER'S CAFE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사용 시간에 상관 없이 스노클링 장비를 빌리는데 2만루피아(2천6백원정도)였다. 구태여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카페 바로 앞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오전 내내 텅 빈 바다에서 혼자 스노클링을 했다.
내가 이용했던 DIVER'S CAFE만해도 깔끔한 방갈로와 식당 그리고 DIVE SHOP을 겸하고 있는데 아직 전화조차 없을 정도로
아메드는 아직 개발이 본격화되지 않은 곳이다. 때문에 이곳에선 다이빙, 스노클링, 자전거를 타고 해안 도로 달리기등을
제외하곤 다른 오락거리를 찾기 힘들어 BO님처럼 NIGHT LIFE를 챙기는 분들께는 형벌의 장소가 될 수도 있겠다.
규모 있는 호텔로는 해안을 따라 지어진 INDRA UDHAYANA, HIDDEN PARADISE, CORAL VIEW 등의 3개뿐이었고
그 중 INDRA의 시설이 가장 나아 보였다.
내가 이번에 가보진 않았지만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침몰된 미군 화물선
리버티호가 아직 가라앉아 있어 다이빙에 좋은 장소라는 뚤람벤 TULAMBEN이 있다고 하니 '타이타닉'에서
다이빙을 꿈꾸는 사람은 한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과 사진 > 인도네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 여행기 - 2001발리6 (0) | 2017.08.09 |
---|---|
지난 여행기 - 2001발리5 (0) | 2017.08.09 |
지난 여행기 - 2001발리3 (0) | 2017.08.08 |
지난 여행기 - 2001발리2 (0) | 2017.08.07 |
지난 여행기 - 2001발리1 (0) | 2017.08.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