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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2023 발리 (끝) - 이런저런

by 장돌뱅이. 2023. 7. 28.

1. 오버투어리즘
근래에 들어 발리의 교통체증에 대한 말이 많다.
특히 현지인들의 퇴근과 관광지에서 여행객들이 숙소로 돌아오는 저녁 시간대의 교통은 최악이라고 했다. 한번 정체되면 오토바이조차도 방법이 없을 정도로 도무지 움직이지 않아 평소에 30분 정도의 거리를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경험담이  '괴담'처럼 인터넷에 떠돌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발리 여행(하긴 다른 여행도 비슷하지만)에선 동선을 최대로 작게 하는 일정을 잡고 있다. 짐바란, 꾸따, 스미냑 하는 식으로 한 지점을 정하고 가급적 경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여행지는 원래 우붓 한 곳이었으나 손자들의 옷과 바띡을 사고 싶어 하는 아내의 생각을 고려하여 불가불  2곳으로 나누어야 했다. 

우붓 중신가의 저녁 무렵

꾸따 지역은 물론, 우붓 중심가의 저녁 무렵이 그랬다. 우붓대로와 몽키포레스트 로드가 만나는 삼거리 일대는 온갖 차량과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으로 뒤엉켜 있었다. 예전에 카페 2층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내려다보던 넓은 축구장은 이제 자동차와 오토바이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발리는 주민의 두 배인 연간 6백만 명의 여행객이 찾았으나 코로나로 2020년에는 백만 명, 2021년에는 단 45명으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빗장이 풀리면서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예전의 수치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오버투어리즘의 폐해를 우려하던 발리였다.
과도한 개발로 인한 지하수 고갈, 교통 체증, 농지 감소, 환경 파괴 등등.

*출처 : 연합뉴스

여행객들이 늘면서 그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발리에서는 매일 대략 3800톤의 쓰레기가 배출되지만 이 중 매립지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양은 60% 정도이고 나머지는 해변으로 유입된다고 한다. 발리 정부는 2019년부터 비닐봉지·스티로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해변에서 수거된 쓰레기가 무려 600톤에 달했다는 보도를 보면 그 결과가 그다지 신통해 보이지 않는다.

년부터는 발리에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10불씩의 관광세를 받는다. 관광세가 아닌 환경세의 의미로 제대로 쓰였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이와 함께 세상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듯이 여행객들도 여행의 방식 - 흔히 말하는 '공정여행' 혹은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2. 식당 Tj's
꾸따 해변 뽀삐스 골목에 있는 식당인데 이번에 지나다 보니 문을 닫았다.
간판이 낡은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코로나 때문일까? 식당 뽀삐스와 함께 제법 유명했기에 쉽게 문을 닫지 않을 것으로 보였는데······  아내도 기억하는 인상 좋은 미국인 중년 여성이 발리인 남편과 함께 운영하며 나쵸나 파이타스 같은 Tex-Mex  요리를 내던 식당이었는데······ 이 집 수박주스를 내가 특히 좋아하여 꾸따해변을 달리고 땀에 젖은 채 들어가 서너 잔씩 거푸 들이켜던 나름 단골집이었는데······.
발리와 인연이 오래되다 보니 종종 목격하게 되는 일이다.
문을 닫은 이유가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 때문이었으면 차라리 좋겠다고 아내와 이야기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들보다 스러지고 있는 것들에서 건너오는 애잔함의 깊이가 더 아득하게 느껴진다. 머지않아 그 자리에 또 새로운 무엇인가가 들어서겠지만······.

 
3. 국수
올해 우리집 음식의 큰 주제는 국수다. 
내가 만들 수 있건 없건 어디서든 만나는 세상의 국수들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뜻이다.
이번 발리여행에선 3가지 국수를 만났다.

볶음국수 Mie Goreng
*인도네시아식 어묵국수, Bakso
컵라면

인도네시아 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아직 가족들이 합류하기 전) 어느 날, 함께 온 직원과 둘이서 주말 오후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입가심으로 인도네시아 라면을 먹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물론 컵라면이 아니고 일반 라면이었는데 크기가 작아 보였다. 눈으로 보기에 한국 라면의 1/2 크기였다.
"뭐야? 왜 이렇게 작은 거야. 아무래도 인당 2개씩을 먹어야겠다."
그런데 봉투가 작지 속 내용물이 작은 것은 아니었다.
둘이서 4개를 끓였다가 식식거릴 때까지 먹었어도 반 이상을 버려야 했다.

음식은 자주 소소한 이야기를 동반한다. 인도네시아 라면 Indo Mie만 보면 그때가 생각나 웃는다. 
 마지막 사진 속 컵라면은 귀국 시 공항라운지에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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