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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83

2019 발리1 - 맑거나 비 오거나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여행의 짬을 내기가 더 힘든 요즈음이다. 이런저런 일들 사이의 틈새를 이용하여 단 며칠 간의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다소 '전격적인' 결정을 했다. 여행지는 잠깐 사이에 발리로 정했고 항공과 숙소의 예약은 출발 하루 전에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여행짐을 꺼낸 장롱 서랍의 빈자리엔 대신 심란스런 일들을 꼭꼭 다져 넣어 두기로 했다. '너희들도 잠시 쉬고 있거라!' 어쨌거나 여행은 여행 - 일단 출발을 하고나니 탑승 전 공항에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붉그레한 저녁 노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발리를 다녀온 게 언제적이었던가? 블로그를 뒤져보니 2005년이 마지막이다. (https://jangdolbange.tistory.com/1279 ) 가히 '백만년'만의 발리행이라 아니 할 수 .. 2019. 1. 31.
2004년 발리 아궁산 지난 10월의 여행 목적지는 원래 방콕이 아니라 발리였다. 방콕은 지난 일월에도 다녀왔으니 십 년여 만에 발리를 만나고 싶었다. 보름 이상의 일정을 잡고 대강의 여행 동선을 확정 지었을 때 발리 아궁산 분화의 소식을 들었다. 활화산이니 조짐이야 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무시하려는데, 이번엔 사태가 좀 심각해 보였다. 결국 아내와 고민 끝에 여행지를 방콕으로 바꾸어야 했다. '구태여 불안감을 품고 여행할 필요가 있느냐?'가 이유이자 결론이었다. 방콕은 언제나 '정답'이었지만 그래도 발리에 대한 미련이 없을 수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한참이 지나도록 아궁산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에 '다녀올 걸 그랬나?' 하는 늦은 후회를 해보기도 했다. 최근 아궁산이 다시 분화의 조짐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한다. 웅.. 2017. 11. 29.
지난 여행기 - 2005 발리 SANUR(완) 77. 사누르 비치 SANUR BEACH 사누르에서 택시를 탔을 때 한 운전사는 사누르의 분위기를 일컬어 “스삐!” (SEPI) 라고 했다. “SEPI”는 영어로 하자면 'QUIET', 'DESOLATE', 'LONELY'를 뜻하는 인도네시아 말이다. 서울 강남의 신흥 주택가나 유흥가처럼 새로운 형태의 빌라와 세련된 음식점들이 날마다 들어서고 있는 우붓이나 스미냑에 비한다면, 그리고 발리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꾸따 지역의 활기와 화려함에 비한다면, 여행자에게 비친 사누르의 낮과 밤, 호텔과 식당의 분위기는 확실히 “스삐”한 것이었다. 사누르는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 있고 가장 오래 전부터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이 가장 낡았다는 뜻도 포함한다는 실례(實例)가 사누르의 현재의 .. 2017. 8. 19.
지난 여행기 - 2004발리6(끝) 76. 또 다른 여행을 위하여 *위 사진 : 장례식 준비가 한창인 우붓팰리스 담 아래에서 한 여인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바뚜르 산을 다녀온 것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정은 끝이 났다. 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뿌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며칠 뒤에 우붓팰리스 부근에서 대형 장례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표현하자 뿌뚜는 그 전에도 규모는 작지만 우붓 인근에서 다른 장례식이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또 다른 세계로 영혼을 떠나보낸다는 의미에서 발리의 장례식은 축제의 장이라고 하던가? 시간을 쪼개어 가볼까 잠시의 고민을 하다가 아내와 나는 우리에게 남겨진 만 하루의 시간을 한가로운 휴식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예의 그 게으르.. 2017. 8. 19.
지난 여행기 - 2004발리5 75. 바뚜르산 GUNUNG BATUR 산행 전화벨. 새벽 1시 50분. 운전수 뿌뚜 PUTU와 2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에 대비하여 미리 부탁해 놓은 WAKE UP CALL이다. 부시시 몸을 일으켜 졸음을 쫓기 위해 가볍게 스트레칭부터 해보았다. 그래도 졸음은 쉽게 뿌리쳐지지 않는다. 초저녁에 꾸려놓은 배낭을 메고 방문을 열고 나서자 우붓의 새벽 공기가 서늘하게 감겨왔다. 테라스 난간을 잡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초롱하다. 비로소 가벼운 설렘이 일며 졸음이 안개처럼 벗겨졌다. 건기 중에서도 비를 볼 확률이 제일 낮은 7월임에도 발리에 도착한 이래 이틀 밤을 연속해서 비가 내렸기에 다소 걱정이 되던 터였다. 정확히 두 시가 되자 뿌뚜의 차가 도착했다. 그동안 메일로만 약속을 주고받았던 터라 우리는 가볍.. 2017. 8. 18.
지난 여행기 - 2004발리4 74. 짐바란 JIMBARAN의 아침포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짐바란포구로 향했다. 밤새워 작업을 마치고 포구로 돌아오는 신새벽의 배들과 포구의 아침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년 전에도 나는 짐바란의 아침포구를 찾은 적이 있다. 그리고 여행기에 이렇게 적은 바 있다. 배가 들어오는 포구에는 장도 함께 형성이 되어 있었다.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사이로 우리의 시장과 포구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작은 함지박에 생선을 담아 놓고 고 객과 흥정을 벌이는 모습도 낯익은 풍경이었다. 솔직히 그들이 파는 생선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잠자리의 비용으로 지불한 여행자로서 그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며 생각하는 ‘삶’이나 ‘세상살이’란 어쩌면 허영에 가까운 얄팍한 감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2017. 8. 18.
지난 여행기 - 2004발리3 72. 식당 알랑알랑 ALANG-ALANG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대겸제(大謙齊)전을 보러간 적이 있다. 도록을 통해서나 보던 겸제의 박연폭포나 금강산 그림을 실물로 보니 역시 이름만큼 대단하였다. 그런데 이 날 우리를 가장 감동스럽게 한 것은 그런 유명한 그림 자체보다 한 그림의 제목이었다. “종소리를 어떻게 그리지?” 앞서가던 아내가 한 그림 앞에서 멈춰 서서 중얼거렸다. 아내가 바라보는 그림의 제목은『연사모종(烟寺暮鐘)』이었다. ‘안개에 잠긴 절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라.그림에는 갓 쓰고 도포를 입은 선비 하나가 중과 함께 개울을 막 건너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멀리 산허리에는 안개가 둘러 있고 길은 산 중턱에 위치한 절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길과 숲을 건너 저.. 2017. 8. 17.
지난 여행기 - 2004발리2 71. 울루와뚜 ULUWATU 유감 10여 년 전 우리 가족이 처음 발리를 갈 때 자카르타 대사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인니어를 가르쳐주던 한 강사는 울루와뚜사원을 ‘절벽사원’이라 부르며 반드시 들려봐야 할 곳으로 추천해 주었다. 오래된 전설이 담긴 사원의 이국적인 탑과 건물, 까마득한 절벽과 그 아래 한껏 펼쳐진 망망대해, 끝없이 부서지는 하늘색 포말. 그리고 그런 것들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 아내와 나는 울루와뚜에 흡족했고 그 강사의 추천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위 사진 : 딸아이 어렸을 적의 발리 울루와뚜 우리는 그 때 울루와뚜를 신과 인간이 교통하는 장소가 될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사원을 어슬렁거리던 원숭이 떼였다. 원숭이를 좋아하지 않는.. 2017. 8. 17.
지난 여행기 - 2004발리1 여행기간 : 2004년 7월 =============================================================================== 69. 발리공항에서 자카르타나 발리의 공항을 나설 때 혹은 발리의 어느 길거리를 걸어갈 때,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부류 중의 하나가 운전수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자가용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택시?” “뜨란스뽀트?” 대부분 거절의 뜻을 비추면 그걸로 끝이나, 더러 집요하게 따라오며 ‘찐드기’를 붙는 아저씨들도 있다. 그럴 때면 조잡한 물건을 들고 사달라고 매달리는 상인들처럼 그들의 접근이 귀찮게 생각되었다. 자카르타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발리의 웅우라라이 공항에 도착했다. 그것도 11시 55분에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가 지.. 2017.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