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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83

지난 여행기 - 2001발리1 *여행 시기 : 2001년 9월 ================================================================== 27. 여행 그리고 월급쟁이의 수염 넥타이를 풀고 양복과 와이셔츠를 벗어 가방에 우겨 넣었다. 반바지에 소매없는 티셔츠로 갈아 입고 신발도 구두에서 운동화로 바꾸어 신으니 비로소 출장에서 여행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 업무가 예정보다 늦어져 자카르타에서 발리로 올 때 허겁지겁 비행기를 타느라 미처 정장 차림을 벗어버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불가불 발리 공항의 화장실을 탈의실로 이용해야 했다. 화장실에서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는 동안 드나드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서로 가벼운 눈인사와 웃음을 나누었다. 옷이라는 것.. 2017. 8. 7.
지난 여행기 - 2001발리(끝) 25.다시 꾸따의 밤거리에서 낮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저녁을 먹고 또 걸어 다녔다.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것이 자유롭다. 밤바디 소리를 들으려 해변에 앉아도 보고 사지도 않을 상점에 들어가 이물건 저물건을 만져 보기도 하고 끈덕지게 달라붙는 장사꾼들과 실없는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계획 - 진척도 점검 - 마감 - 실적분석...... 월급쟁이로서 내가 한달을 사는 내용이다.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선 한번도 타임 스케쥴을 그려가며 계획을 짜 본 일도 없고 해가 바뀔 때마다 삶의 목표에 대해 진척도를 점검한 적도 없이 허위적허위적 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정말 그냥 그렇게 40대의 중반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고 싶지 않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아직은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긴 호흡.. 2017. 8. 6.
지난 여행기 - 2001발리3 23.최후의 날의 뿌뿌딴 박물관과 자가트나타 사원의 도로 건너편은 뿌뿌딴 PUPUTAN 광장이다. PUPUTAN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 즉 '최후의 결전'을 의미하며 이 의미에는 물리칠 수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자살을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1906년 이제까지 발리 북부를 장악하고 있던 네델란드 군은 남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덴파사르의 왕궁에 대한 해상 포격을 가했음에도 왕의 저항이 완강하자 네델란드 군은 상륙을 하였다. 왕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뿌뿌딴 대열에 자신과 동참할 수 있다고 선언 하였다. 대부분의 남자와 많은 여자들이 왕의 부름에 응답하였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었다. 여자들은 남장을 하였다. 그리고 가장 좋은 금으.. 2017. 8. 6.
지난 여행기 - 2001발리2 21. 야-야! 바다로 가자 어제 너무 돌아다닌 탓일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눈을 뜨니 창문을 가린 커텐 주변의 틈사이로 벌써 밝은 햇살이 밀려들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침이라 더욱 싱싱해 뵈는 초록의 잔디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바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닷가에 가면 내가 빠뜨리지 않는 행사, 해변 달리기를 시작했다. 동남아에 오면 언제나 해뜨기 전에 달리기를 시작하여 돌아오는 길에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몸을 그대로 바다에 던지곤 했다. 이 날은 이미 해가 불쑥 솟아 있어 텅빈 운동장을 서둘러 가로질러야 하는 지각생처럼 다소 쑥스러운 마음으로 달려 나갔다. 일단 목표는 6KM의 길이라는 꾸따 해변의 완주를 목표로 했다. 이 세상의 가능한 많은 바닷가에서 달리기를 해보는 것.. 2017. 8. 5.
지난 여행기 - 2001발리1 여행 시기 : 2001년 05월 역시 출장 뒤의 주말을 이용한 2박3일의 짧은 여행. ==================================================================== 19. 발리, 여기서 쬐금만 더 머물다 가자 호텔로 들어가기 전 일부러 길을 에돌아 하드락 카페 앞 꾸따 해변에 차를 세웠다. 썰물때여서인지 바다는 해변에서 저 멀리 밀려난 채로 거친 파도의 흰 거품을 겹겹이 물고 있었다. 그러나 거무튀튀한 색깔의 해변은 여전했다. 눈부신 백사장, 투명한 초록의 바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꾸따에 올 것은 못된다. 꾸따 해변은 화산재의 영향때문인지 모래가 검은 빛을 띠고 있다. 바다는 높은 파도를 거느린 채 늘 멀리 밀려나 있다. 서너 차례 발리를 왔지만 꾸따의 앞바.. 2017. 8. 5.
지난 여행기 - 2000발리4(끝) 18.발리...발리...발리...... 마지막 날이라는, 그래서 저녁엔 발리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제까지의 가라앉은 마음과 나태한 움직임과는 달리 아침부터 마음이 들뜨고 공연히 부산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확인하고 확인했던 오늘의 산행 경로를 아침 식탁에서 지도를 펴들고 또 확인했다. 우붓의 차도에서 벗어나 세시간 정도 산자락을 타기로 한 것이다. 지도상에 점선으로 그려진 소로를 따라 호텔 맞은 편의 언덕을 돌아내려올 계획이었다. 나의 모습을 지켜본 듯 식당 종업원이 다가와 어디를 갈 거냐고 물었다. 내가 손가락을 집어가며 설명을 하자 그는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과 다른 코스를 추천하였다. 올라간 곳으로 다시 내려오는 나의 원 계획과는 달리 그의 경로는 출발지점과 도.. 2017. 8. 4.
지난 여행기 - 2000발리3 16.NEKA MUSEUM 12시가 다되어서야 호텔을 나섰다. 지난 여름 여행시 일정에 넣었다 생략한 네카 박물관(NEKA MUSEUM)을 가보기로 했다. 박물관은 호텔을 나와 우붓과는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4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그곳에 이르도록 길 양편으론 그림 가게와 숙박 업소들이 늘어서 있다. 그림 가게마다 흘낏거려 보면서 길을 걷다가 PITA MAHA라는 방갈로형 숙박단지에 들어갔다. 알고보니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짬뿌안과 주인이 같았다. 나의 호텔보다 숙박료가 월등히 비쌌다. 네고 가격이 있겠지만 팜플렛에는 300불이상 500불까지의 가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로비에서 바라다 보는 전방은 아름다웠다. 나의 숙소인 호텔 짬부안이 숲에 파묻혀 있다면 이곳은 숲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툭 터진 .. 2017. 8. 4.
지난 여행기 - 2000발리2 14.볼 것은 남루함만이 아니다 숲이 어둠 속으로 풀어져 검은 빛이 되었을 때 나는 호텔을 나섰다. TJAMPUHAN호텔에서는 투숙객이 원하면 우붓 시내의 원하는 장소까지 차로 태워주었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사실 우붓에서 큰길을 따라 걷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것이 못된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쉴 새없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붓에서는 가능한 걷기로 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거리의 상점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또 다른 재미이므로. 호텔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고 지난 여름 식구들과 점심을 먹었던 카페를 지나고 조각품과 그림과 기념품을 파는 여러 가게를 힐끔거리며 걷다보니 어느새 카페 로터스에 도착했다. 로터스는 힌두사원과 맞붙어있다. 연꽃이 있는 연못 사이로 사원으로 가는 돌로 된 길이 있는데 길 양.. 2017. 8. 3.
지난 여행기 - 2000발리1 여행 시기 : 2000년 11월 여행 지역 : 발리 출장 끝에 주말을 이용하여 혼자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의 기록. 앞선 (2000년 7월) 자카르타 · 발리 여행과 이어지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서 일련 번호를 붙여 나갔기에 그대로 옮긴다. ============================================================ 12.그래도 우붓은 아름답다 발리의 응우라라이 공항에 도착했다. 급작스레 결정하여 철저히 무계획으로 온 터라 기다리는 사람도 예약되어 있는 곳도 없다. 어느 쪽 방향으로 가건 내 마음이다. 우붓으로 가리라 마음먹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선 바꿀 수도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이건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깃털처럼 가볍게 했다. 일상의 경계를 벗어.. 2017.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