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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지난 여행기 - 2000발리3

by 장돌뱅이. 2017. 8. 4.

16.NEKA MUSEUM
12시가 다되어서야 호텔을 나섰다.
지난 여름 여행시 일정에 넣었다 생략한 네카 박물관(NEKA MUSEUM)을 가보기로 했다.
박물관은 호텔을 나와 우붓과는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4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그곳에 이르도록 길 양편으론 그림 가게와 숙박 업소들이 늘어서 있다. 그림 가게마다 흘낏거려 보면서
길을 걷다가
PITA MAHA라는 방갈로형 숙박단지에 들어갔다. 알고보니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짬뿌안과
주인이 같았다. 
나의 호텔보다 숙박료가 월등히 비쌌다.
네고 가격이 있겠지만 팜플렛에는 300불이상 500불까지의 가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로비에서 바라다 보는 전방은 아름다웠다. 나의 숙소인 호텔 짬부안이 숲에 파묻혀 있다면
이곳은 숲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툭 터진 전망이 시원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시원스런
발리의 숲과 언덕을 바라보았다.
커피숖 내에 손님은 나뿐이었다.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 혼자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아내와 딸아이에게 미안하긴 하였지만....


*NEKA 박물관의 전시 그림 "MUTUAL ATTRACTION"


NEKA MUSEUM은 1976년에 SUTEJA NEKA라는 발리인이 설립한 곳이다.
다양하고 우수한 개인 소장품들이
잘 전시되어있어 발리의 화화의 변천을 한눈에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한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므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몇 개의 전시관을 지나가며 발리의 그림을 보는 느낌만은 매우 좋았다.
옛 스타일의 발리 그림엔 크건 작건 개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복잡한 구성의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개를 찾는 것은 재미있었다.
저번 여행기에도 썼지만 발리인들은 선과악, 아름다움과 추함 등이 세상에는 공존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악령이 씌였다는 개조차도 세상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그들의 종교적인 목적의 그림에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같다. 

'수하르토가 발리를 방문한 날'이라는 제목의 전통적인 화풍의 그림은 재미있었다.
1987년에 수하르토가 발리를 방문했는지 아니면 1987년에 그 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인지는
나의 메모가 불충실하여 잘 모르겠다.
내가 즐긴 것은 그림의 내용이었다.
그림의 중심부에 발리를 방문한 수하르토가 연설을 하고 있고 그 주변을 총을 든 군인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다. 게다가 장갑차와 군용헬리콥터까지 가세하여 그림의 분위기는
자못 살벌하지만
수하르토엔 관심이 없다는 듯 벽돌을 쌓거나 사원에 제물을 준비하는 등
일상 생활에 열심인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그런 긴장감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평온한 일상에 느닷없는 총칼을 들고 나타난 독재자의 모습은 우
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마지막 전시관을 돌아 나올 때쯤 창밖으로 비가 쏟아졌다.
나는 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 네장의 그림엽서를 사고
구내 매점 탁자에 앉아
앞산 등성이를 뿌옇게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를 내다보았다.

가까운 곳에서 하늘이 쪼개지기라도 하는 듯한 엄청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이
제 발리는 우기철로 접어드는 것이다.
하루에 한두번은 이런 비가 쏟아질 것이다.
우산도 비옷도 없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비는 길어야 한시간 정도면 그치게 되어있으니까.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졌을 때쯤 나는 문득 비가 맞고 싶어졌다.
산성비니 뭐니 해서 한국에선 비를 흠뻑 맞아보는 것도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용감하게 천둥과 빗줄기 속으로 나갔다. 팔을 벌리고 고개를 들자 얼굴을
간지르는 빛방울이
상쾌하였다.
나는 우붓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차를 타겠느냐고 호객꾼이 다가왔지만 사양을 하였다.

한시간 정도를 걸어 우붓까지 가볼 작정이었다.



17.우붓 거리 헤매기
후줄그레 젖은 몸을 GRIYA라는 식당에서 커피와 점심을 먹으며 말렸다. 맥주 한잔을 더하니 몸이 더워왔다.
GRIYA는 바비큐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나는 닭고기 바비큐를 시켰는데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오니 비는 벌써 그쳐 있었다.

물건은 하나도 사지 않았지만 가게마다 기웃거리며 우붓대로를 따라 걸어갔다.
MUMBUL CAFE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곳이라는 소개가 론리플래닛에 있었던 것 같다.
종업원이 추천하는
한가지를 시켜보았다. 나는 단 것을 좋아하므로 맛은 있었지만 '해태아이스크림'과 어떤 큰
차별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MUMBUL을 나오는 데 날카로운 기계음과 비명소리가 들린다. 오토바이와 행인이 부딪힌 것이다.
둘 다 고통스런 표정으로 쓰러져있다. 중년의 서양 여자가 일어서 다리를 절뚝이며 인도로 걸어가고 사람들이 몰려갔다.
오토바이를 몰던 발리인 청년은 머리를 옆에 있는 차에 기댄 채 앉아있다.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다. 자신은 이 세상에서 세 번째로 오토바이를 잘 타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첫 번째로 잘 타는 사람은 이미 죽었고 두 번째로 잘 타는 사람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므로.
그만큼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 농담이겠다.

카페 WAYAN은 우붓대로에서 남쪽으로 뻗은 MONKEY FOREST ROAD의 끝부분의 원숭이 숲
(MONKEY FOREST)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곳은 지난 여름 우붓 방문시 원래 점심을 먹을려고 계획했던 곳이다.
(당시 운전수가 MURNI'S
WARUNG을 강권하여 그리로 갔다.)
'LOVELY GARDEN SETTING'이라는 어느 서양 여행자의 소개가 기억에 남아있다.


입구에 들어서 우리가 상상하는 일반적인 식당을 지나면 정원이 이어지고 그 속 여기저기에 정자를 지어 놓은 형태의 구조였다.
종업원도 다정다감하여 맥주 한잔 먹고 나오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다음에 우붓에 다시 온다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카페 로터스에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JALAN HANOMAN. 이럴 때 인니어로 JALAN은 길(ROAD)을 의미한다. 줄여서 JL.이라고도 쓴다.
하옇튼 HANOMAN 길은 원숭이숲 앞을 돌아 다시 우붓 큰길(JL. UBUD RAYA)로 나올 때 지나친 길이다.
녁 무렵(꼭 저녁 때가 아니어도 상관 없겠다) HANOMAN을 걷는 것은 행복했다.
특별히 기억할 만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사람사는 집이 있고 사원이 있고 가게들이 있고
아이들과 사람들이 있었다. 우붓 중심부에서 겨우 한 블록 떨어져 있을
뿐인데 외국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분위기였다. 종교적 장식물만 없다면 6, 70년대 한국의 시골 읍내 거리같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집집마다 대문에 PENJOR(기다란 대나무 장식으로, 끝에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달아 끝부분이 둥글게 휘어져있다.
영어 J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다)가 서있고 가게 앞마다 도로에 역시 신에게 바치는 작은 제물을 놓아 두었다.
이 네모난 형태의 제물은 꽃잎과 과자조각이 든 손바닥만한 장식물로 매일 아침마다 집안 안팎 십여군데 장소에
놓는다고 한다. 가게를 지키는 한 사내에게 이것을 무어라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CANANG SARI라고 말해준다.

그는 직접 자신의 가게 안팎을 안내하며 매우 친절하게 힌두교에 관한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었다.
비록 나의 빈약한 인니어 실력 탓에 대강 철저히(?) 알아 먹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인니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를 언급하면서 '신의 과잉'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종교가 문제라면 그것은 진실로 신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신의 이름으로 신을 모욕하는
사람에 의해 생기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저녁, UBUD PALACE에서 있었던 GABOR DANCE 공연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등장하는 가면의 모습도
요즈음 유행하는 표현으로 '엽기적'이었고 내용도 춤사위도 별로였다. 관광객용으로 근래에 만들어진 것 같았다.
원래 GABOR DANCE는 발리 힌두 사원의 축제 때 제물을 운반하는 여자들이 신에게 바치는 짧고 즉흥적인 춤이라고
들었는데 이 날 공연은 내가 잘 이해를 하지 못한 탓일까? 전혀 다른 춤이었다.

발리는 결코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발리는 그저 종교와 음악과 춤과 미술과 조각이 소박한 마음씨의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공연 도중 시작된 빗줄기가 공연이 끝나도 멈추질 않았다. 공연장 의자에 앉아 빗줄기를 바라보다
문득 이곳에 온 이래 한국 사람을 한번도 못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 이후 우붓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맥주 한 병을 사야지.' 하고 혼자 다짐해 보았다. 한국 사람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돌아오는 길에 발리공항에서 3쌍의 신혼부부를 볼 때까지 우붓에서 한국인을 볼 수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한 곳은 DIRTY DUCK이라는 이름의 식당에서였다. '더러운 오리'? 식당 이름이 특이했다.
식당 앞에 있는 자그마한 논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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