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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83

지난 여행기 - 2003발리7(끝) 67. 마지막날 아침 해변을 걸었다. 어제완 달리 멀리 해변 끝의 마을까지 걸었다. 사람들이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물 한 끝을 잡고 나도 거들었다.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시늉뿐이었겠지만. 발리 사람들처럼 어울리기 쉬운 사람들이 있을까? 가끔씩 내게 그것은 친근함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십여 명이 몸에 물을 적셔가며 거둔 소출이라기엔 잡은 고기가 너무 적어 보였지만 그들로 하여 활기차고 싱싱한 아침 해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의 수영을 마치고 식당에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빈땅 BINTANG 맥주를 마셨다. 짐을 꾸리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차편으로 우리는 꾸따까지 왔다. 딸아이가 동행하지 못한 이전의 발리 여행 중 아내와 나는 하드락카페에서 BBQ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은 .. 2017. 8. 16.
지난 여행기 - 2003발리6 65. 어제같은 오늘 아침이 왔다. 동이 터오는 하늘로 가득한 흰 구름이 아름다웠다. 딸아이가 자는 동안 아내와 바닷가를 거닐었다. 파도가 해변을 거의 잠식하여 발 가까이까지 파도가 들이쳤다. 해변엔 자갈이 가득했다. 거제도 몽돌 해변이나 울산 인근 정자 마을의 해변처럼 돌 구르는 소리가 파도소리 속에 실려 왔다. “팔짱 한번 껴 봐.” 나는 팔을 내밀었고 아내는 아줌마답지 않게 수줍은 듯 그러나 내숭의 눈을 흘기며 내 팔을 잡았다. 오래 전 연애 시절 처음 아내의 손을 잡아본 것만으로 가슴 뛰고 행복하던 때가 있었다. 갑자기 세상이 만만해 보이고 몸에 기운이 솟아 무엇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이었다. 이제 이십년을 가까운 시간에 감정은 무디어져 아내와 팔짱을 낀 것만으로 솔직히 그 때의 감정이 .. 2017. 8. 15.
지난 여행기 - 2003발리5 63. 트래킹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와 딸아이는 아직 잠 속이다. 발리인들은 잠이 들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자는 사람 주변에 머무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는 사람을 갑자기 깨우는 것은 영혼이 다시 몸속으로 회귀하는 시간을 빼앗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믿었다. 나는 발리인들의 믿음처럼 아내와 딸아이의 영혼이 놀랄까 살며시 문을 닫고 나왔다. 걷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비디오가게와 치킨집, 생고기구이에 뼈다귀해장국집이 붙어선 동네 골목길을 낯익은 이웃들과 눈인사를 교환하며 걷는 것도 그렇고, 한강변을 따라 이어진 시멘트 길을 걷는 것도 그렇다. 한적한 바닷가나 툭 터진 사방의 시계를 확보하고 걷는 산 능선에서의 걸음도 행복하다.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이라 하.. 2017. 8. 15.
지난 여행기 - 2003발리4 58. 식당 AYUNG 테라스 늦은 기상. 늦은 아침. 수영. 책읽기. 수영. 다시 책읽기. 다시 수영하기. ...... 파란 하늘. 초록 숲. 투명한 햇살. 싱그러운 바람. 고개를 돌리니 딸아이는 책을 가슴에 덮고 두 팔을 머리 뒤에 고인 채 말없이 먼 하늘을 보고 있다.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흰 뭉게구름 위에 자신의 먼 앞날을 그려보기라도 하는 것일까? 아직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았고 아무 것도 규정되지 않은, 광야처럼 비어있는, 이슬 내린 푸른 새벽길 같은 그녀의 미래가 문득 부러웠다.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10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여 매일 아침 8시쯤이면 나는 한강다리를 건너고 있어야 하고 열두시면 '사규에 따라' 배가 고파야 한다. 어느 소설가의 말대로 그때쯤이면 맞은 편 빌딩에서도 흰 와이.. 2017. 8. 14.
지난 여행기 - 2003발리3 57. ALILA UBUD *위 사진 : ALIA UBUD의 아침 이번 여행에서 할 일은 ‘게으름 피우기’로 정했다. 숙소를 ALILA로 단순화 한 것도 동선(動線)을 가능한 짧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침 식사도 룸서비스로 하고 주로 호텔 수영장을 중심으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호텔내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최대한도로 이용해보자는 것이 딸아이의 제안이었다. 때문에 다른 때와는 달리 숙소 예약을 제외하곤 준비할 것도 없었다. 방으로 늦은 아침을 시켜 먹고 모두 수영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책 한권씩을 들고 수영장 옆 파라솔 밑에 길게 누었다. 한가하다. 조용하다. 세상이 원래 이런 상태였으리라. 빈 깡통처럼 너무 목청만 높이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면 숨어 있던 다른 것.. 2017. 8. 14.
지난 여행기 - 2003발리2 56. 식당 PJ'S과 ALILA UBUD *위 사진 : 자카르타를 출발한 가루다 비행기가 발리의 웅우라라이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발리의 웅우라라이 공항을 나서자 약속된 ALILA의 직원이 팻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ALILA로 향하기 전에 FOUR SEASON JIMBARAN에 있는 식당 PJ'S에 들려 요기를 하기로 했다. PJ'S는 지난 번 아내와 여행 시 만족했던 곳이라 그 때 동행하지 못한 딸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건기임에도 식당에 들어서자 난데없이 비가 쏟아졌다. 해변 풍경이 부옇게 될 정도로 굵은 빗줄기였다. *위 사진 : 딸아이와 함께 다시 찾은 포시즌 짐바란의 식당 PJ'S 의외인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PJ'S의 메뉴판에는 예전에 아내와 즐기던 음식이 빠져 .. 2017. 8. 13.
지난 여행기 - 2003발리1 여행시기 : 2003년 8월 ============================================================ 54. 여행 첫 날에 "IT WAS A PLEASURE TO TALK WITH YOU THIS MORNING, AND REFER TO OUR CONVERSATION WE SHALL BE PLEASED TO WELCOME YOU IN OUR SURPRISINGLY DIFFERENT PROPERTIES WITH THE FOLLOWING ARRANGEMENT :......." ALILA 호텔 그룹의 MANAGING DIRECTOR인 MR TAUFIK으로부터 컨펌 메일이 왔다. 언젠가 인도네시아 출장 중 가루다 항공의 기내지에서 ALILA 호텔의 소개 기사를 보면서 ‘다음번에.. 2017. 8. 13.
지난 여행기 - 2002발리5(끝) 52. QUICKSILVER 몇 차례의 발리 여행 중 한번도 DAILY CRUISE를 이용해 보지 않은 것은 나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었다. 나에게 바다는 늘 보는 바다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딱 한번 발리하이 크루즈를 이용해 보려고 일정을 잡았던 적은 있다. 재 작년 어린 조카들과 발리를 여행 할 때였다. 그러나 파도가 너무 높아 포기하고 말았다. 발리하이측에서도 스노클링등이 가능할지 장담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퀵실버도 여행사를 통해 문의를 해보긴 했지만 이용하진 않았다. 그 이후 나는 퀵실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람을 우민화하는 듯한 그들의 천차만별인 가격정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용을 한다면 다른 회사 "발리하이"라고 마음에 두고 있었다. *위 사진 : 퀵실버를.. 2017. 8. 12.
지난 여행기 - 2002발리4 47. FOUR SEASONS RESORT *위 사진 : 숙소인 인터콘티넨탈의 수영장과 주변 오전을 다시 호텔 수영장과 그늘집에서 변함없는 쏠쏠함을 즐기며 보냈다. 하늘은 맑았고 햇살은 강렬하였지만 큰 소리로 해변을 울리는 파도와 함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할 뿐이었다. 해가 하늘 한가운데로 솟아 올랐을 때 우리는 슬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언제나 행복하게 느껴지는 여행 중의 이 출출함. * 숙소의 해변에서 남쪽으로 보면 해변 끝에 포시즌 리조트가 보있는 언덕이 보인다. 밤중에 인터콘티넨탈 앞 해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짐바란 해변을 감싸 안은 듯 바다쪽으로 뻗어나간 언덕엔 많은 불빛이 보였다. 도 착 첫날 아내와 나는 그곳이 발리인들이 사는 마을일까 아니면 리조트일까 궁금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2017.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