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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83

한 번쯤 멀리 *손자저하 1호와 2호 어제 금요일. 1호 저하 유치원에 모셔다 드리고, 1호 없는 틈에 2호 저하 분유 한번 먹이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1호 저하의 예민한 시샘 때문에 같이 있을 땐 눈길도 주지 못합니다.) 2호는 옹아리를 막 시작해서 눈을 맞추고 인생을 논할(?) 만합니다. 공중에 떠다니는 걸 좋아해서 자주 안아줘야 하고 노래도 불러줘야 합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오래 놀 거라고 의기양양하게 유치원에 들어간 1호 저하는 귀가한 후 진짜로 12시까지 놀며 불금을 즐겼습니다. 아침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오는 날이라며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잠에 취해 둔한 표정을 짓거나 느릿느릿 걷는 흐트러짐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자기는 졸려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노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겠다.. 2020. 12. 5.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BEYOND 앞선 발리 동영상에 이어 자카르타와 다른 지역에 관한 사진을 모아 보았다. 오래된 필름 사진들은 스캔을 했다. 잠시 30년 전의 기억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자카르타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딸아이는 이제 결혼을 하여 그때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만큼의 시간을 아내와 나는 늙어온 것이다. 나쁘지 않다. 지나간 시간의 자리에 남은 충만한 기억들이 해묵을수록 깊은 향기로 건너오기 때문이고 살아있는 동안은 여전히 번잡할 일상을 거기에 적셔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0. 5. 23.
2019.11. 발리(끝) - 고마운 여행 지난 일년 아내는 겨레붙이와 이별하는 슬픔을 겪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디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는 김영하의 글을 읽으며 다시 또 눈물이 맺히는 아내에게 맑고 화창한 발리를 선물하고 싶었다. 느긋한 아침. 우기 초입이지만 여행 내내 구름 한점 보이지 않는 날씨였다. 삶이 본래 조금씩 비껴가는 것라면 내 바람과 일치하는 시간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마련해준 것이도 하겠다.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여진 바람처럼 자유로운 또 하루의 시간. 고마울 뿐이다. 어제처럼 슈가샌드에서 아침을 먹고 오롯이 수영장에서만 하루를 보냈다. 식사도 풀바에서 시켜 먹었다. 저녁 무렵 바닷가 쪽 수영.. 2020. 5. 20.
2019.11. 발리3 - 그래도 발리 숙소인 인디고 스미냑 INDIGO SEMINYAK에는 아침을 먹는 장소가 두 곳이다. 하나는 부페 식당인 마까시 MAKASE이고 다른 하나는 아라카르트 A LA CARTE 방식인 슈가샌드 SUGAR SAND이다. 슈가샌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변에 접해 있다. 작고 예쁜 수영장 너머로 시원스런 바다 전망이 좋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아침, 푸른 바다를 보며 먹는 아침은 여행 기분을 배가시켰다. 장소를 다시 메인 풀로 옮겼다. 책과 수영의 단순한 반복으로 보내는 시간이 감미로웠다. 수영 마치고 향한 곳은 포테이토헤드 POTATO HEAD 였다. 내 기억으로 이제까지 스미냑의 최고 비치 카페는 꾸데따 KU DE TA였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105 ) 해.. 2019. 11. 17.
2019.11. 발리2 - 쉬는 여행 숙소 화단의 꽃잎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아침. 어제는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지만 오늘은 남쪽으로 걸었다. 바닷가를 달리는 사람들 대열에 합류하여 달려보기도 했다. 바닷바람과 파도소리에 실려오는 아침 공기가 얼굴에 싱싱하게 부딪혀왔다. 걷기와 달리기는 낯선 여행지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스킨쉽'이다. 식사를 하고 역시 수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 여행의 중심지는 수영장이고 주제는 휴식이다. 의자에 누워 책을 보거나 비몽사몽하다 더워지면 담금질하 듯 물 속에 몸을 담갔다. 햇볕이 따가워 파라솔 그림자를 따라 조금씩 자리를 바꾸는데, 옆 자리의 몇몇 서양인들은 아예 파라솔을 걷고 땡볕에 몸을 노출시킨 채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에 집중이 될까? 피부가 따갑지 않을까?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을까?.. 2019. 11. 14.
2019.11. 발리1 - "I AM IN BALI."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로 부풀어 오를 때는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라운지에 앉아 있을 때다. 모든 준비가 끝나 드디어 여행을 실행한게 된다는 사실에 작은 설렘과 성취감(?)이 더해진다. 그럴 때면 아내와 주먹을 세 번 가볍게 콩콩콩 맞부딪치곤 한다. 무엇인가에 흡족할 때 아내와 내가 나누는 의식이다. 이번엔 결혼기념일의 의미도 더해져 한번 더 주먹 인사를 했다. "35년이라니! 함께 해줘서 고마워!" 출발이 저녁 비행기라 자정 가까워서야 발리에 도착했다. " I AM IN BALI." 공항 표지판의 간단한 글을 '정말 그래!하는 안도와 자부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입국심사대 앞은 긴 대열이 꼬불꼬불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나.. 2019. 11. 10.
2019 발리4(끝) - 이런저런 1. BLUE BIRD TAKSI 블루버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네시아 택시다. 우버니 그랩이니 하는 앱을 사용하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는 자카르타에서건 발리에서 건 최고의 이동수단이다. 이번에 발리에서 보니 "BLUEI BIRO(블루 비로)"라는 유사한 이름을 가진 택시들이 생겨 있었다. 로고까지 비슷했다. 여행자들이 깜빡 속기 쉬울 것 같았다. 그런 택시들은 더러 바가지 요금을 받으려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전 자카르타에 살 때 들은 불량 기사들의 수법으로는 먼길 돌아가기, 일단 태우고 엉뚱한 곳으로 가서 목적지를 모르겠다고 버티며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거스름 돈 없다고 안 주기 등이 있다고 했다. 직접 경험한 최고 웃긴 사례로는 예어컨 사용비는 별도라고 .. 2019. 2. 3.
2019 발리3 - 짐바란의 식당 몇 곳 숙소가 짐바란에 있으므로 지근거리에 있는 식당들을 주로 다녔다. 짧은 여행이라 불필요하게 먼 거리를 다닐 필요가 없었고 주변의 식당이 다른 곳에서도 찾아올만큼 충분히 좋았기 때문이다. 1, 순다라 (SUNDARA IN FOUR SEASON RESORT) 숙소에서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 있는 포시즌 리조트의 부속 식당이다. 거리도 가깝고 해변을 바라보는 전망도 좋은데다가 음식도 좋아 이번 여행 중 2번을 갔다. 순다라 식당의 옛 이름은 PJ'S였다. PJ는 빤따이 짐바란(PANTAI JIMBARAN 짐바란 비치)의 약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PJ였던 시절 이곳을 3번 방문 한 적이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올 때마다 대체적으로 좋은 기억이 있던 곳이다. 1. http.. 2019. 2. 2.
2019 발리2 - NOTHING STAYS THE SAME 십여 년만에 찾은 발리.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여행자들의 관심사 중의 하나인 식당 분야에도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나 거 같고 반대로 굳건해 보이던 옛 명성을 지키지 못하고 쇠락의 징후를 보이는 곳들도 있는 것 같다. *2002년의 까페 꾸데따(KAFE KU DE TA) "여전히 이곳(꾸데따)을 '힙하다'고 꼽는다면 참 오래된 정보를 들고 있는 셈이다. 서쪽 바다로 해지는 풍경을 요즘 누가 꾸데따에서 볼까. 더 나은 시설이든 더 싼 가격이든, 더 훌륭한 서비스든 수없이 많은 대안들이 생겼으니 말이다. 잔디밭이라도 좋다. 그저 자리만 다오 하던 시절도 옛 말. 그래도 뭐 여전히 철 지난 정보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긴 하다. 당신도 그 대열에 끼고 싶다면 .. 2019.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