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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2019 발리2 - NOTHING STAYS THE SAME

by 장돌뱅이. 2019. 2. 1.

십여 년만에 찾은 발리.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여행자들의 관심사 중의 하나인 식당 분야에도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나 거 같고
반대로 굳건해 보이던 옛 명성을 지키지 못하고 쇠락의 징후를 보이는 곳들도 있는 것 같다. 


*2002년의 까페 꾸데따(KAFE KU DE TA)


"여전히 이곳(꾸데따)을 '힙하다'고 꼽는다면 참 오래된 정보를 들고 있는 셈이다.

서쪽 바다로 해지는 풍경을 요즘 누가 꾸데따에서 볼까. 더 나은 시설이든 더 싼 가격이든,
더 훌륭한 서비스든 수없이 많은 대안들이 생겼으니 말이다. 잔디밭이라도 좋다.
그저 자리만 다오 하던 시절도 옛 말. 그래도 뭐 여전히 철 지난 정보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긴 하다. 당신도 그 대열에 끼고 싶다면 얼마든지.
"

한 여행 안내 책에 나온 요즈음의 꾸데따에 대한 평가다.
한 때 발리 해변 카페의 새로운 트렌드 세터(TREND-SETTER)로 주목을 받았던 곳에 대한 평가라기엔 야박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곳만의 특별했던 장점이 이젠 보편화 되었다는 점이 그간의 발리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2002년 한 서양인이 "발리에 오면 반드시 들려볼 유일한 장소"라고 쓴
아래의 평가를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I WAS JUST SO MEMORISED BY THE TOTAL AMBIANCE OF KU DE TA.
WE HAD A FANTASTIC DINNER AND THEN RETREATED TO THE DECK CHAIRS
TO RELAX AND CHAT WHILE WATCHING THE WAVES CRASH OVER THE BEACH.
THIS IS ONE PLACE THAT I WILL NEVER RETURN TO BALI WITHOUT VISITING.“
                                                               - BALI TRAVEL FORUM 중에서-

론리플래닛에서 명쾌하게 정리한 문장 하나를 떠올려 본다.  

THINGS CHANGE - PRICES GO UP, SCHEDULES CHANGE, GOOD PLACES GO BAD
AND BAD PLACES GO BANKRUPT - NOTHING STAYS THE SAME.

꾸따에 작은 '구멍가게'(와룽 WARUNG)에서 유명해져 스미냑에까지 커다란 분점을 낸
"마데스(MADES) 와룽"에 대해
'근거 없이 비싼 가격'과 '전통이 사라진 나른한 서비스'의
'외국인들에게만 유명한 전형적인 관광객용 식당'이
되었다는 평가는 이미 옛 아쿠아 때부터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문득 아내외 내가 좋아했던,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가보지 못한 식당 STIFF CHILLI나 우붓의 카페 와얀 KAFE WAYAN,
라막LAMAK, 모자이크MOSAIC, 아융테라스  AYUNG TERRACE, 노티누리스와룽 NAUGHTY NURI'S WARUNG, 이부오카
IBU OKA 등의 현재 위상과 안부도(?) 궁금해진다.


*위 사진 : 꾸따비치(PANTAI KUTA)의 풍경


"NOTHING STAYS THE SAME!"


이번 발리 여행에서 십여 년 전에 비해 가장 피부적으로 와닿은 변화는 '디 마나마나 마쩻'(DI MANA-MANA  MACET :
어디서나 교통 정체))이었다.
숙소를 짐바란에 정하고 동선을 최소화한 여행이었지만 어쩌다 꾸따쪽으로 나갈 참이면
선두가 어딘지 모를 긴 차량의 행렬을
앞차만 보며 따라가야 했다. 
우붓대로나 몽키포리스트 길을 지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는 여행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발리의 주요 도로에서 거리로 도착 시간을 가늠하는 것은 의미 없어 보였다.
거리 대신에 몇 분쯤 걸린다는 시간으로 말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시간대와 상황에따라 다르니 발리는
이동 불확실성의 공간이라고 과장된 단정을 해보기도 했다. 한 블루버드 택시 운전사는 넉넉잡아 20분
이면 충분히 갈 수
있었던 짐바란에서 공항까지 2시간이 걸려서 가는 최악의 경우를 경험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돌이켜 보면 예전엔 종교 행사(UPACARA)를 만나거나 해질녘 꾸따 비치으로
가는 길목이 아니면 발리에서
그다지 차량 정체를 느껴본 기억이 없다.


교통난 이외에도 꾸따 해변엔 치우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조잡한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부쩍 늘어난 듯 했고, 
골목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맛사지사들이 길거리에 나와 앉아 오고가는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쉽게 가볼 수 없던 (빼어난 전망의) 오지에까지 다국적 기업의 호사스런 숙박 시설들이 들어서 있었다.

나이든 '꼰대' 특성 중의 하나인  'GOOD OLD DAYS'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간의 변화를 통해 통계적으로
발리인들이 얼마큼의 생활 지수의 향상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그 변화의 방향과
결과가 그다지
담스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관광객들에 대한 발리인들의 일상적인 의존이 더 심화되어
보이는
상황에서 '관광 포비아'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대해서
이제 발리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자문하지 않을 없다. 십여 년 전까지 발리를  수십 차례 여행한 나는 이런 발리의 변화에 어떤 기여를 한 것일까? 
어떤 범법 행위나 '갑질'도 없이 조용히 다녀갔으므로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잠시 다녀가며 개발과 변화의 혜택을
찾아보고 갈구했던 여행자이니 그런 질문은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되며 주제넘은 생각일 뿐일까?
지금은 어떤 형태의 여행을 해야하는 것일까?  




*위 사진 : 식당 뽀삐스(POPPIES)


딸아이가 "비르빈땅, 깡꿍, 사떼, 올클리어 하고 오세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는 문자를 보내줬다.

나도 답변을 보냈다. "물론! 나시짬뿌르, 나시고렝, 미고랭, 가도가도, 바비굴링 등등도."
잘란(JALAN) 뽀삐스I에 있는 식당 뽀삐스에서 이번 여행 첫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었다.
담장 밖의 소란스러움과 변화의 소용돌이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그대로 남아있다는 게 반가웠다.
태국 코사무이에도 같은 이름의 식당이 있을 만큼 잘 나가던 식당의 저력이겠다.

오래 전 혼자 발리를 여행할 때는 내게 이곳은 나시짬부르(NASI CAMPUR)를 먹던 곳이었다.

이번에는 나시고렝 (NASI GORENG)과 사떼 (SATE), 그리고 깡꿍(KANGKUNG)에 별맥주(BIR BINTANG)를 더하여
먹었다.
그득해진 배를 문지르며 식사를 끝내려다가 문득 디져트로 바나나튀김(PISANG GORENG)이 생각이 났다.   
'어떻게 더 먹을려고?' 투정을 부리듯 말하면서도 아내는 자신의 정량을 깨끗히 해치웠다.

발리야!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부디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변하지는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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