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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2019 발리1 - 맑거나 비 오거나

by 장돌뱅이. 2019. 1. 31.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여행의 짬을 내기가 더 힘든 요즈음이다.
이런저런 일들 사이의 틈새를 이용하여 단 며칠 간의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다소 '전격적인' 결정을 했다. 
여행지는 잠깐 사이에 발리로 정했고 항공과 숙소의 예약은 출발 하루 전에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여행짐을 꺼낸 장롱 서랍의 빈자리엔 대신 심란스런 일들을 꼭꼭 다져 넣어 두기로 했다.
'너희들도 잠시 쉬고 있거라!'

어쨌거나 여행은 여행 - 일단 출발을 하고나니 탑승 전 공항에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붉그레한 저녁 노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발리를 다녀온 게 언제적이었던가?
블로그를 뒤져보니 2005년이 마지막이다. (https://jangdolbange.tistory.com/1279 )
가히 '백만년'만의 발리행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한국의 겨울철은 발리의 우기이다.
그래도 비 오는 날 사이 사이에 숨겨진 보물처럼 맑은 날이 있었다. 
수영장 의자에 길게 누워 보내는 시간은 가만가만 흘러갔다.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쉬어 보기도 했다. 그냥 있을 뿐인데 많은 일을 한 것 같았다. 
햇살이 일렁이는 물 속을 헤적이다 나오면 젖은 몸을 스치는 바람이 산뜻했다.



KUTA(꾸따) 지역 JALAN POPPIES(잘란 뽀삐스) II 근처에 있는 CAFE BENIH(카페 베니)의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칠 무렵 갑자기 거센 바람과 함께 굵은 비가  쏟아졌다.   
후두둑후두둑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둔중한 무게감이 묻어났다. 
바람은 야자나무 잎을 요란스레 흔들며 이리저리 갈기를 세운 야생마처럼 몰려들었다간 골목 저편으로 빠져나갔다.
카페 직원들은 익숙한 일상이라는 듯 서두르지 않고 카페 안팎의 비설거지를 했다.
비바람에 갇혀 카페에 한참을 머물러야 했지만 덕분에 한결 안온해진 실내 분위기는 싫지 않았다. 

맑거나 비 오거나 발리는 그렇게 매 순간 감미롭고 한가로운 여운을 은은하게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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