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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2004년 발리 아궁산

by 장돌뱅이. 2017. 11. 29.

지난 10월의 여행 목적지는 원래 방콕이 아니라 발리였다.
방콕은 지난 일월에도 다녀왔으니 십 년여 만에 발리를 만나고 싶었다.
보름 이상의 일정을 잡고 대강의 여행 동선을 확정 지었을 때 발리 아궁산 분화의 소식을 들었다.
활화산이니 조짐이야 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무시하려는데, 이번엔 사태가 좀 심각해 보였다.
결국 아내와 고민 끝에 여행지를 방콕으로 바꾸어야 했다.
'구태여 불안감을 품고 여행할 필요가 있느냐?'가 이유이자 결론이었다.

방콕은 언제나 '정답'이었지만 그래도 발리에 대한 미련이 없을 수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한참이 지나도록 아궁산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에 '다녀올 걸 그랬나?' 하는 늦은 후회를 해보기도 했다.

최근 아궁산이 다시 분화의 조짐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한다.
웅우라라이공항도 잠정 폐쇄되었다. 발 묶인 여행객들이 상당한 모양이다.
일정대로라면 우리도 그 속에 있을 수 있었다.

2004년 아궁산을 오른 적이 있다.
독일인과 일본인들과 함께 밤길을 걸어 정상에서 가이드가 해주는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내려오는 길엔 나를 태워준 운전사의 집에 가서 발리 집밥을 먹기도 했다.
그의 집이 아궁산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노모와 함께 피난처로 옮겨있는지······

아궁산이여.
부디 너무 크게 노하지는 마시라.
집 나온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너그러이 길을 열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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