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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2019.11. 발리2 - 쉬는 여행

by 장돌뱅이. 2019. 11. 14.



숙소 화단의 꽃잎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아침.
어제는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지만 오늘은 남쪽으로 걸었다.
바닷가를 달리는 사람들 대열에 합류하여 달려보기도 했다.
바닷바람과 파도소리에 실려오는 아침 공기가 얼굴에 싱싱하게 부딪혀왔다.
걷기와 달리기는 낯선 여행지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스킨쉽'이다. 





식사를 하고 역시 수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 여행의 중심지는 수영장이고 주제는 휴식이다.
의자에 누워 책을 보거나 비몽사몽하다 더워지면 담금질하 듯 물 속에 몸을 담갔다.
햇볕이 따가워 파라솔 그림자를 따라 조금씩 자리를 바꾸는데,
옆 자리의 몇몇 서양인들은 아예 파라솔을 걷고 땡볕에 몸을 노출시킨 채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에 집중이 될까? 피부가 따갑지 않을까?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을까?
여행 중 자주 보게 되는 모습이지만 신기하다.
한강을 달리다 보면 선블록로션만으로는 부족하여 '오페라의 유령' 같은 얼굴 가리개까지 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서양인들과 우리의 햇빛을 받아들이는 극명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낼 만큼 보내다가 택시를 불러 타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레스토랑 SIP( http://www.sip-bali.com )"은 프랑스인 쉐프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어제 저녁에 이어 이곳에서도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그윽한 분위기의 저녁에 이 식당이 내세우는 와인과 함께 식사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90년대 초반 아내와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본 이래 좋아하는 "바띡 끄리스(BATIK KERIS)".
전통의 수제 바띡은 너무 비싸고 시장표 바띡은 품질이 조악하여 중저가의 "바띡 끄리스"를 선호하게 되었다.
문양과 색상이 우리의 감성은 아니지만 집안 실내복으로는 가벼운 착용감이 그만이다. 입어본 사람만이 안다.
(이전 글 참조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769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어떤 여행 안내서에도 "바띡 끄리스"에 대한 소개는 없다.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운 일이다.
눈썰미 있는 매장 매니저는 지난 1월에 우리가 왔었던 일을 기억해 내곤 반가워했다. 



'손자 친구'가 태어난 뒤에 아내에겐 어디를 여행하 건 필수적인 일정이 하나 생겼다.
바로 '손자 친구'를 위한 옷가지를 사는 것이다. 발리에선 디스커버리 쇼핑몰의 POLO점이 대상이다.
반팔의 티셔츠를 들고 내년 여름의 '손자 친구' 몸집을 가늠해 보며 아내는 즐거워했다.



이 날 해넘이는 디스커버리 쇼핑 몰 3층의 셀시어스카페에서 빈땅 맥주로 목을 축이며 보았다.
매일 반복되는 해넘이지만 볼 때마다 어떤 감성이 마음 속에서 살풋이 일어난다.
처연하거나 측은함일 수도 있고 따뜻하거나 오붓함일 수도 있다.
여행 중에는 그런 감성이 더욱 증폭된다.
말없이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다.


*오징어 새우 튀김 샐러드


*새우 삼발(UDANG SAMBAL)


↑바나나튀김(삐상 고렝 :PISANG GORENG)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짙어졌을 때 다시 택시를 타고 어제 저녁을 먹었던 "잘란 까유아야 JL. KAYU AYA (구 락스마나)"로 갔다.
그곳의 또다른 식당 "삼발쉬림프(SAMBAL SHRIMP)"에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삼발은 인도네시아 전통 소스를 말한다. 새우를 맹물에 삶아서 삼발에 그냥 찍어 먹어도 맛있다.
오래 전 인도네시아에 살 때 가끔씩 그렇게 먹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발쉬림프"는 이번 여행 최고의 식당이었다.
새우가 주제인 식당이지만 다른 음식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

깔끔한 음식과 정겨운 직원들의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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