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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말랑

by 장돌뱅이. 2022. 10. 2.

어떤 장소에 대한 관심은 그곳에서 보낸 물리적 시간에 비례하여 커진다. 
책이나 영상으로 알게 된 곳보다는 직접 여행을 다녀온 곳이, 여행보다는 살며 생활을 한 곳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0년 대 초 회사 일로 주재를 했던 인도네시아가 우리 가족에겐 그런 곳 중의 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뉴스가 나오면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눈과 귀를 기울이게 되고, 운동 경기라도 열리면 인도네시아 선수를 응원하게 된다. 작년 말 동남아시아 '월드컵'이라는 스즈키컵 축구 대회에서 아내와 나는 인도네시아를 열렬히 응원했다.

인도네시아에 근무할 적 공장 현지 직원들과 함께 축구팀을 만들었다.  어느 회사나 동네마다 팀이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축구 열기는 뜨거웠다. 운동장을 빌려 그런 팀들과 주말마다 한두 게임씩을 치르곤 했는데 동네 축구임에도 분위기가 굉장히 뜨거웠고 승부욕이 넘쳤다.  

오늘 낮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던 아내가 "엇!" 하는 비명을 질렀다.
"왜?"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데······" 하며 영상을 보여주었다.
자바섬 동부에 있는 도시 말랑 Malang에서 경기 결과에 불만을 품은 관중들이 경기장에 뛰어들어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과 출동을 빚으면서 2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고 한다. 안타깝기 그지 없는 소식이었다. 경기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었던 만큼 경찰이 좀 냉정하게 대응할 순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05년 1월 말랑에 간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를 갔다가 그곳에서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던 말랑까지 다녀온 것이다. 특별한 관광지로 이름난 곳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마을과 사람들을 보러 갔다. 그때 말랑은 조용한 우리네 소도시 같았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정감이 넘쳤다. 시장이건 거리건 학교건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는 요청에 누구나 환한 웃음으로 흔쾌히 응해주었다. 

끔찍한 뉴스에 놀라고 애석해 하면서 그때 만났던 말랑 사람들 사진 몇 장을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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