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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16 말레이시아 KL과 베트남 HUE1

by 장돌뱅이. 2016. 9. 27.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을 다녀왔다.

아내와 나의 여행은 매번 평균적이거나 상투적이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 누구나 그곳을 가면 묵게 되는 보통의 숙소와
누구나 보게 되는 알려진 장소와 누구나 들르게 되는 식당을 돌아온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예전 한 때 이른바 '로컬'이나 '로컬적인 것'들과의 만남을 여행의 주제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런 것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트립어드바이저에 나오지 않는 시장 한쪽 구석 식당의 가성비 높은 현지 음식이나
후미진 옛 골목길 속에 숨겨진 카페, 드러나지 않은 은밀하게 숨어있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런 소소한 것들까지 꿰고 있는 '로컬'과 만나는 여행이 나쁠 리는 없겠지만,
그런다고 여행의 의미가 깊어지거나 여행이 더 여행'다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이다.
 평균적이고 상투적인 것들의 경험만으로 아내와 나의 여행은 늘 벅차고 만족스럽다.
어떤 '관념적 당위'를 설정하여 여행까지 고단한 노동의 숙제로 만드는 일은 적어도 아내와 나의 여행은 아니다. 


 
많은 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규정되거나 이미 주어져 있고 그것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삶이라면
여행은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시공간이다. 비록 그것이 일시적인 일탈이고 환상일 뿐이라고 누군가
하한다고 해도 아내와 내겐 바로 그 이유때문에 여행은 매력적이 된다.
같은 전철 안에 앉아 있어도 여행자에겐 환상적인 꿈의 시간이지만 '로컬'은 현실의 시간인 법이다. 
아내와 나는 여행지에선 가능한 낯선 익명의 여행자로 남고 싶다.
여행자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감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강연을 많이 하는 한 카톨릭 신부를 기억한다.
그는 반복되는 자신의 강연이 진부하다고 느껴지면 여행을 떠난다.
해변가에 숙소를 정하고 매일 아침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가 한차례씩 다이빙을 하고
오후에 돌아와 잠을 잔다. 그리고 저녁이면 해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와인 한 잔을 곁들여 식사를 하고 다시 잠을 잔다.
이렇게 며칠을 반복하고 돌아오면 머리가 맑아지고 새로운 강연의 내용이 떠오른다고 한다.
 '로컬'이 없어도 어떤 여행은 스스로 풍요롭다.

 

 

 

아내와 내게 여행은 기본적으로 휴식이다.
젊은 날엔 노동을 위한 휴식과 휴식을 위한 노동을 생각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휴식은 노동을 위한 전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완벽한 세계이자 선(善)이다.
해변이나 수영장 가에 물 먹은 솜처럼 늘어져 있는 휴식.
멋진 풍경에 감탄하거나 어떤 장소의 내력을 적은 안내문을 꼼꼼히 읽는 휴식.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거나 도시의 거리를 터덜터덜 배회하는 휴식.
작은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휴식.
맛난 음식을 먹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킬킬 거리는 휴식.
여행지 특유의 작은 소품을 사러 발품을 파는 아내의 휴식
그리고 그런 아내 뒤를 마뜩찮고 힘든 표정으로 쫓아가는 나의 휴식.

말레이시아는 주로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무르면서 
일일투어로 인근 도시 말라카( MALAKA, MALACCA, MELAKA 믈라커?)를 다녀왔다.


















베트남의 목적지는 옛 도시 후에(훼 HUE)였다.
4일동안 이곳에만 있었다. 하루 일일투어를 한 것을 빼곤 숙소와 주변을 오가며 보냈다.
날씨는 더웠지만 아침 저녁으론 시원하여 걸어다닐만 했다.
아침 강변과 구시가지(시타델)까지의 산책도 한적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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