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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05하노이4 -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by 장돌뱅이. 2012. 4. 18.


*위 사진 : 작은 연못 속 한 개의 돌(콘크리트?) 기둥 위에 지어진 사원. 바다에서 피어난
                연꽃을 상징한다고 하던가?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면서 추운 날씨가 점차 풀려갔다.
선선하기가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호치민묘소 옆의 일주사(一柱寺, CHUA MOT COT)를 한 바퀴 돌고
문묘로 가기 위해 도로 쪽으로
걸어 나가는 도중 택시가 다가와 선다. 깔끔한 흰 색
마티즈다.
반가운 마음이 들어 사진까지 한 장 찍었다.


*위 사진 : "마티즈 청년. 장돌뱅이가 하는 말 오해하지 말구 들어 .
                 바가지요금 없애고  기본 요금으론 안되겠니?"

문묘를 향해 출발한 직후 미터기의 요금이 이미 한참 진행되어 있었다는 알게 되었다.
손으로 가리키며 미터기를 다시 시작하라고 했으나 모른 척 하는 것인지
못 알아듣는 것인지 젊은 기사 양반은 묵묵부답으로 운전만 한다. 거듭 말을 해도 마찬가지다.
은근히 짜증이 올라오려는 것을 참고 차를 세우라고 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기본요금만 줄려고 하니 손으로 미터기를 가리키며 그 금액을 달라고 한다.
불과 몇백 미터 이동하였으니 기본요금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하였으나
천연스레 손을 벌리고 알아듣지
못할 베트남 말만 중얼거린다.


이럴 경우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현명할까 호아저씨 한테 묻고 싶어 고개를 돌려 방금 전 떠나온
호치민 묘소를 바라보았더니 옆에 서 있던 아내의 미소를 통해서 대답을
보내왔다.
그냥 이 차를 다시 타고 문묘까지 가서 미터기에 나오는 대로 요금을 주라는
것이었다.
승차시 미터기 확인의 ‘의무’를 게을리 한 범칙금 정도로 생각하라며.


하긴 내가 이 일을 물고 늘어져 설혹 번잡스런 하노이 일각에 모래알만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때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평온한 여행의 즐거움이란
대가는 너무 큰 것이었다.
현상 유지의 안일함이란 다분히 나이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다시 택시로 들어가 문묘까지
운전사와 서먹서먹한 동승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아래 사진 : 문묘(文廟 VAN MIEU, TEMPLE OF LITERATURE)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고 한 사람이 코미디언 전유성이었던가.
‘비겁하게’ 3배 정도의 바가지를 알고도 쓴 덕분에 문묘에 가득한 햇살이 눈에 들어왔고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평화로웠으며 전쟁박물관에 전시된 부서진 프랑스와 미국 전투기의 잔해는 통쾌했다.
저녁에 본 수상인형극에 대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의 유무를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도 ‘비겁’ 덕분이다.


*위 사진 : 전쟁박물관


*위 사진 : 수상인형극장과  기념품으로 만든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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