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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05하노이2 - 하노이 오케스트라

by 장돌뱅이. 2012. 4. 17.

한국보다 두 시간 늦게 오는 아침은 얼마나 큰 여유인가.
현지 시간에 적응되지 않은 동남아 여행 첫날 아침에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아직 잠든 아내를 두고 혼자서 호엔끼엠 호수로 향했다.
구름 때문에 해가 나지 않은 탓인지 겨울 아침 하노이는 꽤 추웠다.

사람들이 인도에 가로막고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네트까지 치고 바닥에 선까지
그어 놓은 것으로 보아 매일 아침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호수 주변의 아침은 우리의 아침이 그렇듯 활기차 보였다.
천천히 호수를 한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가니 아내는 일어나 책을 읽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다시 호엔끼엠 호수로 향했다.
본격적인 아침이 시작된 거리에서
우리를 맞은 것은 잠시도 끊어지지 않는 오토바이와 차량의 경음기 소리였다.
교통신호가 바뀔 때마다 차도에는 거대한 밀물처럼 끝없는 오토바이의 행렬이 지나갔다.
호수 길을 벗어나 구시가지의 뒷골목으로 들어가자 혼란스러움은 극에 달한 느낌이었다.

아내와 나는 잠시 걷기를 포기하고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골목은 가게에서 내논 상품들과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점령 당해버린 듯 했고,
그 길 위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나머지 공간은 어디론가 오고가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오토바이와 승합차까지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요술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는 점점 더 분주해져 갔다.
마치 비등점을
향해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병 속의 액체 같았다.
이날 아침에는 지구상에서 이 골목의
사람들이 가장 바쁜 것 같았다.
그러나 인간만큼 환경에 적응력이 높은 존재도 없을
것이다.
아내와 나는 그 모든 하노이의 소음을 ‘하노이 오케스트라’ 라 부르며 점차
익숙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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