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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05하노이5 - 아내와 맞지 않는 베트남음식

by 장돌뱅이. 2012. 4. 18.


* 위 사진 : 아침에 먹은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 쌀국수와 태국 쌀국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아내는 경우는 다르다.
태국 쌀국수는 무척 좋아하는 아내가 퍼(PHO)에 대해서는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아예 싫어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이다. 아내는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가 아닌데,

유독 베트남 음식에 대해서만은 그렇다. 단 한번 베트남 음식을 맛있게 먹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우습게도 태국 방콕에 있는 베트남음식점에서였다.


*위 사진 : 리틀하노이 에서.

하노이 도착 기념으로 아침에 쌀국수를 시도하여보았으나 역시나 아내는 그저그렇다는
반응이었다.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지 못한 아내를 위해
식당 리틀하노이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먹은 새우 케익과 커피의 맛은 좋았다.
이번에는 아내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아내는 리틀하노이 이후로 여행 내내 편치 않은
속 때문에 고생을 해야 했다.
함께 음식을 먹은 나는 이상이 없는 걸로 봐서
리틀하노이의 음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불규칙하게 느껴지는 어떤 거북스러움으로 아내는 여행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인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위 사진 : 브라더스 카페.

아내의 불편한 속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 것은 식당 브라더스 까페 BROTHER'S CAFE였다.
수상인형극을 보고 나와 베트남음식과 친해지겠다는 의지의 아내와 찾아간 곳이었다.
이곳은 여러 가지 베트남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뷔페식 식당으로 여러 여행 안내서에 올라있는 식당이다. 원
래 절을 개조했다는 건물의 아름다운 정원에 갖가지 조명으로
멋을 낸 식당의 분위기는 매력적이었다.
   
   THE 'ONE WITH NATURE' ATMOSPHERE CREATED BY THE OWNER KHAI IS SIMPLY SERENE.             
   - LONELY PLANET 중에서 -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음식을 가지러 나간 아내는 그러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나는 속이 또 이상하냐고 물었다. 잠시 대답을 망설이던 아내는 내게 음식에 바퀴벌레가 있어서 돌아왔다고 했다.
가서 보니 실제로 볶음밥 위에 손가락 한 마디만한
바퀴벌레가 더듬이를 움직거리며 올라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볼까봐 서둘러
종업원에게 그것을 치우라고 이르고 자리로 돌아왔다.
먹지 못하는 아내를 두고 혼자서 식사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오는 길에 별도로 매니저를 불러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쟁쟁한 명성의 식당이니 아마 그런 일은 처음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날 저녁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불운을 탓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음식에 대한 나의 지적에 종업원과 매니저의 대처나 태도도 느슨하고 매우 형식적이어서 실망스러웠다.
그가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지도
기억에 없다.
어슬렁거리듯 음식 진열대로 걸어간 매니저가 우리가 나온 뒤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하노이를 간다면 그 식당을 가겠느냐는 나의 물음에 아내는 지금도 단호히 “NO” 라고 한다.
세상 일은 어쩌면 문제 자체보다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그 날 저녁 브라더스 카페는 그런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아내와 베트남 음식은 인연이 잘 닿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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