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싱가포르

2007 싱가폴 다섯째날7 - 어제와 같은 오늘

by 장돌뱅이. 2012. 4. 25.

어제보다 나은 오늘!

어느 집안의 가훈 같은 글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해지는 일상의 압박을
핵심적으로 요약했다고 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이 감미롭다면 그것은 어제보다 나아야 하는
오늘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와 내게 여행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즐기는 시간이다.
욕심을 내자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서
그 ‘나음’의 의미나 정의를 체험해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간밤에 늦게 수영을 하고 술까지 마신 탓인지 아침에 늦잠을 잤다.
덕분에 아침 산책은 빠졌지만,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같은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게으른 시간을 보낸 것은 어제와 같았다.

어제처럼 하늘은 맑았고
더운 햇살 사이로 불어와
젖은 몸을 말리는 강바람도 여전히 싱그러웠다.
배가 고파 올 때까지 우리는 수영과 독서를 어제처럼 반복했다.


*위 사진 : 오차드로드에서

딸아이에 대한 선물도 살 겸 점심은 오차드로드로 나가 먹기로 했다.
크리스탈 자이드 진생 치킨 & 바비큐 라는 긴 이름의 한식당이 쇼핑몰 니안시티 안에 있었다.
그곳에서 갈비와 김치찌개를 먹었다.


*위 사진 : "크리스탈 제이드 진생 치킨 & 바비큐" 의 음식

아내와 나로서는 좀 실망스러운 곳이었다.
식당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보다는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개조된 듯한 음식의 맛 때문이었다.
아마 우리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은 가장 보수적인 문화라고 하지 않던가.

다시 호텔로 돌아와 빈둥거리다 싱가폴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기 위해 이스트코스트로 갔다.
그곳의 레드하우스라는 식당에서 먹은 블랙페퍼크랩은
싱가폴에서 먹은 세 가지 게요리 중에 가장 아내와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만약 순서를 거꾸로 하여 블랙페퍼크랩-칠리크랩-화이트크랩 순으로 먹었다면
다른 게요리를 최고로 꼽았을지도 모를만큼 우위를 논하기는 힘들지만)
이스크코스트의 어느 음식점이건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디져트로 망고를 먹는 것을 끝으로 싱가폴에서의 일정은 끝났다.

모든 마지막은 아쉽다.
그러나 우리는 아쉬움과 함께
또 뭔가 ‘한 건’을 한 것 같은 뿌듯한 성취감을 느끼며 호텔로 돌아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