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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싱가포르

2007 싱가폴 둘째날4 - 식당 엠바와 야쿤카야토스트

by 장돌뱅이. 2012. 4. 25.


*위 사진 : 엠버가 부속 식당으로 있는 차이나타운의 호텔 1929

점심은 차이나타운 1929 호텔 내에 있는 서양식당 엠버 EMBER에서 했다.
밤이 아닌 대낮에 차이나타운을 간 것은 오로지 이 식당에 들리기 위해서였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 둔 터였다.
소문대로 우리가 들어간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자리는 만석을 이루었다.

한 인터넷의 정보에 따르면 “등받이 없는 의자에 접시를 손으로 받치고 먹으라고
해도 또 가고 싶을” 정도의 맛을 지녔다는 식당다웠다.
거기에 깔끔한 분위기와 명랑하고 친절한 직원들까지 식당으로서 뭐 하나 트집 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위 사진 : 썬텍시티에서

오후에는 썬텍시티에서 (윈도우)쇼핑을 했다.
아내의 소품과 한국에 혼자 남아있는 딸아이에게 줄 선물 몇 가지.
늘 느끼는 바이지만 아내의 쇼핑은 투자 시간에 비해 손에 넣는 것이 작은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행위임에도 스스로 만족도는 높아 보인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마음에 맞는 것을 고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은 그저 같이 걸어주거나 아내가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할 때
한 가지를 정해 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럴 경우 대부분의 나의 선택은 성의가
크게 들어가지 않는 즉흥적인 것임에도 아내는 나의 선택에 두말없이 따른다.
게다가 어떨 때는 “역시!”하며 나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사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한다 해도 나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아내의 고민을 거친 것들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내는 무료한 나를 위해 참여의 기회를 배려해 주는 것이 분명하다.


*위 사진 : 식당 야쿤카야토스트와 냉커피

내게 지리산등반보다(?) 힘든 쇼핑이 끝났을 때 배가 고파왔던 것은
행복한 신호였다. 야쿤 카야 토스트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명절 날 아침밥을 먹을 때처럼 나는 어린 아이가 되어 빨리 배가 고파지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가는 길에 만난 택시운전사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들에게 그곳의 토스트는 반드시 “커피 오!”와 함께 마셔야 한다며
우리에게 반복교육을 시켰다. ‘커피오’가 설탕과 크림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와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을 넣는 싱가폴만의, 혹은 아쿤카야토스트만의,
특별한 커피를 말하는 것인지 그의 설명으로는 종잡을 수 없었고
물어볼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는 연신 “커피오!” 만 주문하면 알게 된다고 했다.

싱가폴에서 만난 대부분의 택시운전사들이 친절하면서도 활기에 넘친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같은 직종의 우리나라 운전수들과 솔직히 비교되기도 했다.
운전사 개인의 성품에 대한 차이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싱가폴과 우리나라의
택시 운영제도에 어떤 다른 점이 있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모르긴 몰라도 택시 분야에만 한정된 차이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산다는 일은 여기나 저기나 힘들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종종 너무
그악스럽게 사는 것은 아닌지 자주 돌아보게 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과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과의 차이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위 사진 : 야쿤카야토스트와 달걀 반숙

택시운전수의 열정적인 주입식 교육에도 불구하고 정작 야쿤카야토스트에서는
‘커피 오’는 잊어먹고 한글메뉴판에 촌스럽게(?) 신기해 하다가
그냥 메뉴판에 나와 있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말았다.
그리고 ‘커피오’의 정체에 관계없이 토스트와의 궁합에 행복해졌다.

저녁 무렵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섰다.
추석을 위한 월병이 가게마다 가득했고 거리엔 붉은 색 등불이 줄을 잇고 있었다.
노점상과 행인이 어우러진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나타운만의 번잡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우리는 비좁은 거리를 헤치며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걸어 다녔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맛사지집에서 말레이시아 청년으로부터
발맛사지를 받으며 피곤한 다리를 쉬고 난 후
푸드스트리트의 노점에서 맥주를 곁들여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싱가폴은 다양한 종교와 인종,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문화가 공존하는곳이다.
물리적으로는 부산보다 작은 크기의 도시국가이지만 다양한 구성원 간에 있을 수 있는 갈등을
조화롭게 봉합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에 부족한 포용력과 융화 그리고 여유를 보게 된다.

싱가폴 슬링이란 칵테일의 탄생지인 래플즈호텔의 롱바는
유쾌한 음악외에 재미있는 것이 있다.
그 재미는 간단한 것이다.
술 안주로 나온 땅콩을 까먹고 그 껍질을 바닥에 버리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중에는 직접 가서 보면
이처럼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은 것(일)들이 많이 있다.
너무 기발하고 특이한 것에서만 재미를 구할 일은 아니다.


*위 사진 : 플러턴 호텔과 강변의 야경

호텔로 돌아와 어제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창밖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다시 술을 마셨다.
건너편 강변으로 내일부터 묵을 플러턴호텔과 강변의 불빛이 다가올 일정을 흐믓하게
암시하며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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