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싱가포르

2007 싱가폴 첫째날2 - 걷고 먹고 술 마시기

by 장돌뱅이. 2012. 4. 25.


*위 사진 : 스위소텔 스탬포드의 모습.

숙소는 래플즈시티와 붙어 있는 스위소텔 스탬포드.
동그란 형태로 솟은 70층짜리 호텔은 2백 미터가 넘는 높이 이외에는
평범했지만 고층의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강변의 풍경은 압권이었다.


*위 사진 : 호텔방에서 내려다 본 풍경

우리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커튼을 활짝 걷고 그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언젠가 출장길에 이 호텔이 묵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강변을 내려다보았던
기억은 없다. 출장은 여행과 달라 아마 그때는 체크인을 하자마자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가 밤늦게 돌아와 쓰러져 자기에 바빴을 것이다.  


*위 사진 : 역사적으로, 명성으로 싱가폴을 대표하는 호텔 래플즈

래플즈호텔은 한적한 어촌을 오늘의 싱가폴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영국인의 이름을 딴 싱가폴의 대표호텔이다.
스탬포드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곳의 티핀(TIFFIN)에서 애프터눈티를 먹었다.
명성이나 분위기, 직원들의 친절만큼 티핀의 애프터눈티 음식이 빼어나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말로만 듣던 곳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지는 것을
그저 헤픈 감상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내와 내게 여행은 심오한 의미를 찾는 구도 행위가 아니라
단순함에 대한 만족을 찾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래플즈를 나와 아랍스트리트로 갔다.
금식의 라마단기간이었지만 거리는 오히려 더욱 활기차 보였다.
굶주리는 사람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행위는 축복이자 축제의 행위여야 당연할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덧붙이자면 무엇을 바라보는 것과 함께 어디에 서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점도 있겠다. 그런의미에서 굶주리는 사람을 위한 기도만이 아니라
그들의 굶주림 속으로 들어가보는 이슬람의 실천 계율은
하늘의 뜻을 땅 위에 이루는첫 걸음이자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 사진 : 부기스정션의 상점가

아랍스트리트에서 도보로 부기스정션의 쇼핑가를 돌아본 후 다시 호텔까지 걸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싱가폴의 대표음식이랄 수 있는 게요리를 먹기로 했다.
겔랑 지역의 노사인보드 (NO SIGN BOARD)에서의 화이트크랩이 우리가 이번 여행 중
경험한 첫 번째 게요리였다.

노사인보드는 동남아의 소탈한 서민적 외양을 지닌 식당이었다.
그러나 볶은밥과 함께 먹는 화이트크랩의 맛은 어느 세련된 식당에 못지 않게 훌륭했다.

늦은 시각.
호텔의 꼭대기에 있는 NEW AISA BAR로 올라갔다.
실내는 어두운 편이었지만 좌석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들썩임과 흥겨움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왔다.
음악이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다만 아내와 마시던 술의 기운이 손가락 끝까지
나른하게 퍼져가는 섬세한 느낌만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위 사진 : 뉴아시아바에서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 보이던 야경

*아래 사진 : 호텔방에서 보이던 야경

BAR에서 내려다보이던 창밖의 야경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 되어
술기운이 오른 우리를 방에 까지 따라왔다. 건물들의 불빛이 서로 어우러진 풍경은
낮에는 볼 수 없던 또 다른 세계이며 도시만이 만들 수 있는 거대한 매스게임이었다.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방바닥에 다리를 뻗고 앉아 다시 술자리를 이어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