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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돈데보이 돈데보이

by 장돌뱅이. 2013. 5. 1.


*위 사진 :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는 국경검문소 풍경  

몇 해 전 미국 주재원의 근무기간이 다하여
귀국 명령을 받은 직원이 사표를 내며 말했

.“이곳에서 제 일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잖아요.
좀 살다보니 한국보다는 사업을 시작하기가 좋은 것도 같고...”

그의 사직은 딸들의 교육 문제를 염두에 둔 복합적인 것이었지만
‘기회’의 땅이라는 그의 표현에,
우리 사회에서도 미국을 언급할 때
종종 사용되는 낯설지 않은 수사(修辭)이면서도,
“미국이 그런 곳인가?” 하며 되물었던 적이 있다.

이번에 나의 미국 주재를 알리자 한 선배가 내게 비슷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아예 미국에 살 것으로 생각해. 한국보다는 꿈을 이루기가 쉽다고 하잖아.”

기회와 꿈’.
미국사회와 우리 사회를 저울질 하여 어느 곳이 ‘기회’를 잡고 꿈을 이루기에
비교우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아직 미국에 오래 살아보지 않았고
무엇보다 오십 년을 살아온 한국에서조차도 그저 헐떡이며 살아왔을 뿐
그속에 어떤 ‘기회’가 은밀하게 내장되어 있는지 살펴본 적도 없고
거창한 성취의 꿈을 지녀보지도 않았던 터라
새삼 이곳에서 내가 인생역전의 어떤 ‘감’을 터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지
지난 몇 십년간 이곳 미국 사회에서 백인과 흑인의 소득격차 내지는 소득구성비가
백인의 우세로, 그것도 점점 확대되어왔다는 통계는
미국에 거는 ‘기회와 꿈’의 이면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루에 한번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넘어 다닌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가는 길은 논스톱으로 통과를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긴 차량의 대열을 견뎌야 한다.
증명을 부착한 차만이 다니는 익스프레스라인으로 들어서도
밀리는 차들로 넘쳐나긴 마찬가지다.

샌디에고와 멕시코의 티후아나시를 연결하는 국경검문소는
산 이시드로 SAN YSIDRO나 오따이 OTAY라는 이름의 두 곳에 있다.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이 생긴 검문소를 통과하며 여권을 제시하면
제복을 입은 삼사관은 늘 같은 말을 묻는다.
멕시코에서 가지고 오는 게 있습니까?”
대답도 한결 같아야한다.
“아무 것도.”

그 다음에는 심사관 마음이다.
그냥 통과시키기도 하고, 여권이나 비자를 검색기에 체크하기도 하고,
(아주 드물지만) 이차 검사대로 보내기도 하고
더러 심심한 탓인지
“쌩큐를 한국말로 뭐라고 하죠?” 라고 묻기도 한다.

국경검문소는 미국과 멕시코를 잇는 숨통길이자 유일한 통로이다.
검문소를 제외한 지역은 견고한 담과 철책과 담이
산을 넘어 바닷가에 닿도록쳐있다.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이민자들을 막기 위해서다.  


*위 사진 :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직후의 미국쪽 모습. 샌디에고 시내까지 전차가 운행되기도 한다.

   Madrugada me ve corriendo / Bajo cicel que empieza color
   No me salgas sol a nombrar me / A la fuerza de la migracion
   Un dolor que siento en el pecho / Es mi alma que llere de amor
   Pienso en ti y tus brazos que esperan / Tus besos y tu passion
   Donde voy / Donde voy
   Esperanza es mi destinacion / Solo estoy solo estoy
   Por el monte profugo me voy / Dias semanas y meces
   Pasa muy lejos de ti / Muy pronto te llega un dinero
   Yo te quiero tener junto a mi / El trabajo me llena las horas
   Tu risa no puedo olividar
   Vivir sin tu amor no es vida / Vivir de profugo es lqual

   새벽녘, 날이 밝아오자 난 달리고 있죠.
   태양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아래에서.
   태양이여,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해주세요.
   이민국에 드러나지 않도록.
   (...)
   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건가요?
   희망을 찾는 것이 내 바램이에요
   (...)
   당신 사랑 없이 사는 건 의미 없는 삶이에요.
   도망자처럼 사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건가요?
   희망을 찾는 것이 내 바램이에요.  

멕시코출신의 가수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그런 이민자들의 아픔을담아 부른 애잔한 곡조의 옛 노래
“어디로 갈꺼나(DON DE VOY)”이다.
감시의 눈 때문에 밝은 태양빛이 두렵다는 표현에서
그들의 처지가 상징적으로드러난다.
아직은 “돈데보이” 구절만 따라 부를 수 있는 스페니쉬 실력이지만
국경을 넘나들 때마다 부르다보면
곧 온전한 곡을 부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꿈이란 양파와 같다던 당신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이란
   껍질로만 이루어진 것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알맹이는 없고 외피(外皮)로만
   겹겹이 포장된 구적(球(積)이 꿈의 실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미국의 꿈은 미국의 바깥에 있습니다. 비 내리는 멕시코의 국경에 있고, 멀리
   지구의 반대편에 낮밤이 바뀌어 있는 우리나라에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 신영복, 『더불어숲』중에서 -



(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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