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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1

by 장돌뱅이. 2013. 8. 16.

 

미국 근무의 ‘특권’인 긴 연말 휴가를 이용해서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딸아이는 회사에서 주어진 리후레쉬(REFRESH) 휴가를 미루어 일정을 맞추어 주었다.
‘노땅들과 하는 여행이라니...ㅠ.ㅠ!’ 하는 말로 부모와 의견 차이에 자못 개탄스러워 하면서도 딸아이는
자신만의 귀한 시간을
기꺼이 내준 것이다.

아내는 유스호스텔이란 이번 여행의 숙박 조건이 장돌뱅이의 쫀쫀함을
드러낸 증거라고 여행 내내 딸아이와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나를 성토했다.
그러면서도 저녁 시간이면 맥주와 함께 즐거움으로 하루를 돌이켜보며 늘 그렇듯 곁에 있어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그것이 결코 유스호스텔과
나의 결정에 대한 화해를(?) 의미한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뉴질랜드로 이어지는 긴 비행시간과 시차의 변동이 주는 묵직함을
뉴질랜드의 맑고 깨끗한 자연과
가족이 함께 한다는 유대감이 가볍게 해준 여행이어었다.
 

* 뉴질랜드여정 :  오클랜드-퀸즈타운-테아나우-와나카- 마운틴쿡 - 프란츠요셉 - 아서스패스 -  크라이스트처치 -오클랜드

대부분의 여행은 여행 기간에 상관없이 나름 소설적 구조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기대감으로 충만한 전개부와 여행지에서 생기는 문제와
극복의 절정부,
그리고 모든 여행의 통속적인 결말 같은 돌아오는 길의 편안함이
마치 어떤 통일된 주제로 관통된 한 편의 서사로 느껴진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가족의 유대감이라고 했지만 소망처럼 여행 내내 오붓함과
따뜻함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유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작은 일에서 비롯된
신경전과 갈등이 불청객처럼 찾아왔고 화해의 시간을 모색해야 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사건과 만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엔 운전 중에 바퀴에 펑크가
생기면서 도로 위에서 미끄러지며 180도 회전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어쨌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일은 누구에게나 죽음을 향해 추억을 등에 지고 가는 일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짊어질수록 생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기억이 퇴색해지기 전에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보낸 시간을
그 추억의 등짐 속에 포개두고자 한다.

   추억한다
   모든 것을
   입술을
   입술이 했던 모든 것을
   추억한다
   모든 것을
   손을
   손이 했던 모든 것을
   추억한다
   모든 것을
   시간을
   시간이 했던 모든 것을
              -나해철의 시, “모든 것”-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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