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덕순1 김훈의『하얼빈』 김훈의 글은 간결하다. 짧은 문장은 수식어와 감정, 관념과 추상을 극도로 배제한 동사나 형용사로 끝이 난다. 마치 건조한 내용의 수사 기록물이나 보고서 같다. 그럼에도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이 동양화의 여백처럼 깊은 감정을 담고 있다. 개개의 문장들은 안갯속에 서서히 드러나는 육중한 산을 오르는 계단처럼 조밀하게 엮여 있다. 이전의『칼의 노래』와 『남한산성』과 『흑산』, 그리고 이번에 읽은『하얼빈』이 그랬다. 『칼의 노래』의 표지에는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하얼빈』에도 '칼'을 '총'으로 바꾼다면 같은 부제를 부칠 수 있겠다. '단순성' 대신에 '진정성'으로, '총' 보다는 '말'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건 오욕의 세.. 2023. 5.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