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용1 그런 사람들 층층의 바위 절벽이 십리 해안을 돌아나가고 칠산바다 파도쳐 일렁이는 채석강 너럭바위 위에서 칠십 육년 전 이곳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해산 전수용을 생각한다 산낙지 한마리에 소주를 비우며 생사로서 있고 없는 것도 아니요 성패로써 더하고 덜하는 것도 아니라던 당신의 자명했던 의리와 여기를 떠난 몇 달 후 꽃잎으로 스러진 당신의 단호했던 목숨을 생각한다 너무도 자명했기에 더욱 단호했던 당신의 싸움은 망해버린 국가에 대한 만가였던가 아니면 미래의 나라에 대한 예언이었던가 예언으로 가는 길은 문득 끊겨 험한 절벽을 이루고 당신의 의리도 결국 바닷속에 깊숙이 잠기고 말았던가 납탄과 천보총 몇 자루에 의지해 이곳 저곳을 끈질긴 게릴라로 떠돌다가 우연히 뱃길로 들른 당신의 의병 부대가 잠시 그 아름다움에 취했던 비단.. 2021. 3.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