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오의 초봄이 오다1 내가 읽은 쉬운 시 10 - 이성부, 하종오, 신동엽 오늘은 곡우(穀雨). 봄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선 날이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난 봄은 대부분 환희와 부활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을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릴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봄」- 봄비와 함께 생명의 곡식들이 윤택해진다는 날에 나라 안팎으로 아픈 소식들이 줄을 잇는다. .. 2014. 5.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