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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23 - 김상옥의「어느 날」

by 장돌뱅이. 2014. 10. 21.


신혼여행을 마친 딸아이 부부가 '신행'을 다녀갔다.
둘은 먼 남태평양에서 보낸 흔적으로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개구장이처럼 뽐냈다.
행복한 모습에 아내와 나도 행복해졌다.


그렇게 딸아이가 우리들의 관계와 공간에서 빠져나가고 아내와 둘이서만 시간을 보낸지 한달이 되었다.
그동안 딸아이가 가족구성원으로 차지하던 점유율이 산술치인 3분의 1 이상이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아내와 딸, 나와 딸, 나와 아내, 그리고 아내와 딸과 나, 이렇게 4종류의 관계에서 아내와 나의 관계만 남게 된 것이다.

아내와 나는 단순하게 변한 일상이 어색했다.
갑작스레 노인이 된 것 같아 아내에게 투정을 부리 듯 장난을 치기도 했다.
"뭐야, 우리 이제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거야?^^ " 

세상의 많은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오고 갑자기 간다.
설혹 예상하고 있던 "어느 날"이라해도 생소하기는 아마 마찬가지겠지만.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김상옥의 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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