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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20 - 박남준의「매미의 옛 몸」

by 장돌뱅이. 2014. 7. 11.


여름이다.

덥다.
태풍과 장마 사이 잠시 맑은 하늘은 이른 아침부터 열기를 내뿜는다.
창문을 여니 올 첫 매미 소리가 맹렬하다.
몸부대끼는 출근길의 지하철 안이 또한 열기와 맹렬이다.
여름엔 여름처럼 살 일이다. 

  
매미는 여전하다 아랑곳없이 울어대다니
   하긴 그 얼마나 오랜 날들을 어두운 땅속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로 굼벵이로 살아왔던가
   날개가 돋아나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생각한다
   금선탈각(金蟬脫殼)
   나뭇가지 여기저기에
   굼벵이의 몸을 벗고 날아오른 등이 찢긴 허물들
   거기 바람이 머물 것이다 그 빈 몸속에
   각질로 굳은 옛 매미의 몸속에
   휘파람처럼 바람이 머물다 갈 것이다 날개처럼
   며칠 남지 않은 저 시한부의 절규처럼
   그 노래처럼 반짝이며 붙박여 있는

   삶이 어쩌면 빈 껍질일지라도
   그렇게 꼭 움켜쥐어야 하는 것이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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