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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8 - 함민복의 시 두 편

by 장돌뱅이. 2014. 7. 6.


대구로 옛 직장 상사의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
겨레붙이와 가까운 사람들의 축복 속에 새로 탄생한 젊은 부부가 환한 표정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KTX를 타고 오가는 동안 함민복의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을 읽었다.
그 속에 있던 시, 「양팔저울」을 새내기 부부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1
나는 나를 보태기도 하고 덜기도 하며
당신을 읽어나갑니다

나는 당신을 통해 나를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며
당신 쪽으로 기울었다가 내 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

상대를 향한 집중, 끝에, 평형,
실제 던 짐은 없으나 서로 짐 덜어 가벼워지는

2
입과 항문
구멍 뚫린
접시 두 개
먼 길
누구나
파란만장
거기
우리
수평의 깊이

시 「양팔저울」을 꼭 부부 관계로만 한정 지어 읽지 않아도 좋겠다.
'수평의 깊이'는 모든 관계에 요구되는 지혜이자 행동이니까.
생각이 난 김에 집으로 돌아와 같은 시인의 「부부」도 다시 찾아 읽어 보았다.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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