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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7 - 정호승의 「너의 무덤 앞에서」

by 장돌뱅이. 2014. 5. 24.


  
이 땅을 걸으면
  
오늘도 내 발목엔
  
너의 쇠사슬이 채였나보다

  
이 하늘을 바라보면
  
오늘도 내 두 눈엔
  
너의 화살이 날아와 박혔나보다

  
아들이 아버지를 묻어주지 못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묻어주는 오늘밤

  
눈발이 날리는
  
산 모퉁이 하늘가로
  
울며 떠나가는 네가 보인다

  
검은 낮 하얀 밤마다
  
먼 길을 와서
  
또 다시 먼 길을 가는 자여

  
바람은 왜 어둠 속에서만 불어오고
  
새벽이 오기 전에
  
낙엽은 떨어지는가

  
송장 냄새 그득하였던
  
그 해 도시에는
  
바람도 창을 흔들지 않았고

  
싸락눈 맞으며 산새가 되어
  
어느 하늘 산길 가는 너를 쫓으며
  
나는 그 누구의 눈물에도
  
고향 하늘에는 가 닿을 수 없었다

        - 정호승의 시, 너의 무덤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아무도 너희에게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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