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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24년 10월 푸껫 2

by 장돌뱅이. 2024. 10. 24.

이번 여행의 첫 숙소인 AVANI 리조트는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구조로 널찍하여 여유롭다.
단기여행자에게 큰 필요는 없지만 조리 도구와 세탁기에 건조기까지 있다.

아침 식사는 여느 리조트의 그것과 같이 평범했다. 
이럴 때 평범은 특별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 익숙하다는 중립의 의미다.

여행을 오면 아침 식사가 집에서보다 거해지고 시간이 길어진다. 조식포함이라는 숙박조건에 본전을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 앉아 '남이 해주는' 음식을 천천히 먹는 여유가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와 내가 동남아를 즐겨 찾는 이유, 수영장!
더우면 물에 들어가고 힘들면 나와서 눕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배가 고프면 먹고.
어떤 사람들은 한평생 사는 동안 공동체를 위해 굵직한 업적과 공헌을 남기기도 하지만 호텔 조식처럼 평범하게(?)  게으르고 무능력한 내겐 그런 단순한 시간보다 생에 더 필요한 게 많지 않다.

숙소 가까운 곳에 TURTLE VILLAGE라는 아담한 규모의 상가가 있다.
햄버거점, 피자집, 태국음식점식당, 기념품점, 태국 실크 제품을 파는 짐톰슨, 스타벅스와 로컬 커피숍, 편의점, 환전소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본촌치킨이라는 한국식 통닭집도 있다.

그중 바질 BASIL이라는 태국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했다.
전체적으로 간이 짜서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예전에 요리를 배울 때 특급 호텔의 메인 쉐프였다는한 강사는 식당 음식은 대체적으로 간을 좀 세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음식 짜면 '맛은 있는데 짜다'고 하지만 싱거우면 맛이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질의 음식은, 태국 음식이 맛없기는 어려운 법인데(적어도 아내와 나의 입맛에는), 맛없게 짰다.
하지만 나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추가밥까지 시켜가며 그릇을 다 비웠다.

식사 후 상가 안에 태국 전통 공예품을 파는 나라이 판(Narai Phand)이 있어 들어가 구경을 했다.
보석류, 주석류, 금은제품, 인형, 전통의류, 태국 고유도자기인 벤자롱 등의 가격이 비싼 제품은 눈으로만 구경을 하고 기념품으로 야자나무로 만든 수저  한 쌍을 샀다.
집에 가져가 두고 볼 것이 아니라 국수를 먹을 때 사용할 생각이다.

저녁 무렵이 되어 마이카오(Mai Khao) 해변으로 나갔다.

바람과 파도 소리가 높았다.
파도를 희롱하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여왔지만 어느 것도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아내는 작은 조개껍질 몇 개를 주웠다. 돌아가 여행기념품 장식장에 넣을 것이다.

예전 한 때는 여행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이름이 새겨진 컵을 샀다.

집에 있는 여행기념품들

그러다 가뜩이나 좁은 집에 보관 장소가 감당이 안되어 중단했다.
그 뒤로는 작은 마그넷으로 대체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 문제로 중단을 해야 했다.
지금은 그릇이나 수저 같은 실용적인 물건을 사거나 조개껍질이나 산호조각처럼 자연에서 얻는다.

숙소로 돌아와 창문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노을이 절정이었다.
해변에 더 있다 올 걸 하는 아쉬움 대신에 이제라도 볼 수 있는 것에 아내와 만족하기로 했다.
조금만 물러서면 인생이 즐겁다.

늦은 점심 탓에 배가 고프지 않아 맥주 한 캔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유튜브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를 보고 음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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