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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24년 10월 푸껫 5

by 장돌뱅이. 2024. 10. 27.

또 아침비.
우기라 해도 비가 짧고 굵게  쏟아져서 여행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던 예전에 비해 이번 여행은 거의 장미비다. 구름은 온종일 물러가지 않고 정복자처럼 머물며 걸핏하면 비를 뿌려댄다. 이슬비부터 장대비까지. 어쩌겠는가. 베란다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볼밖에.  

똠양꿍 쌀국수로 Avani+ Mai Khao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기존의 쌀국수 육수에 똠양꿍 맛을 내는 다진 양념(다대기)을 풀어 밍밍했다. 똠양꿍 라면 맛이 났다. 제대로 된 똠양꿍 육수를 끓이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그냥 쌀국수가 나을 뻔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렸다.
남쪽 까따비치에 있는 숙소 Mom Tri's Villa Royal(이하 몸트리)로 이동하는 날이다.
대략 여행의 반이 지나간 것이다. 기사는 한 시간쯤 걸릴 거라고 했지만 20분쯤 더 걸렸다.
곳곳이 교통 정체로 막혔다. 푸껫도 인도네시아 발리처럼 오버투어리즘이 현실이 된 것 같다. 

몸트리는 큰 까따비치(까따야이)와 작은 까따(까따노이) 사이의 언덕에 있다.
경사면에 위치해서 바다 전망이 좋은 곳이다.

체크인을 하고 짐정리를 마치니 배가 출출해져 왔다.
숙소에 딸린 식당 Mom Tri's Kitchin으로 갔다.
푸껫의 빠똥, 까따, 까론비치는 딸아이와 추억이 많은 곳이다.
이 식당도 딸아이와 같이 몇 번 왔던 식당이다. 블로그의 지난 글을 뒤져 사진을 찾아보았다.

*위 사진 3장 : 20년 전쯤 Mom Tri's 식당의 아내와 딸

딸아이에게도 카톡으로 그 자리에 다시 와 있다고 알려주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에 딸아이는 엄마가 되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들 뒷바라지에 정성인지라 지방 대회에 함께 가있었다. 오늘은 손자가 골을 넣고 어시스트까지 했다고 전해와 아내와 탄성을 질렀다.

*베트남식 스프링롤
*까오팟 쌉빠롯(파인애플볶음밥)
*팟팍붕파이댕(공심채볶음)

식사 후에는 까따 해변과 거리를 걷다가 Tum Rub Thai Massage에서 발마사지를 받았다.
괜찮았던 곳으로 기억했는데 분위기가 소란스러워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마사지를 받으며 나는 잠이 들었다.

까따야이 비치는 사람이 많아졌다.
러시아인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던 식당 까따마마와 보트하우스는 여전히 건재했다.

보트하우스 현재 모습

특히 보트하우스는 딸아이와 푸껫에 올 때마다 빼놓지 않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번 여행을 마치기 전에도 한 번은 다녀갈 생각이다. 그동안 화려한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겠지만 아내와 내겐 빠똥비치의 반림파와 함께 푸껫 파인다이닝의 원조와 같은 곳이다.

* 보트 하우스의 예전 모습

해변을 따라 걷는데 아내가 갑자기 숙소로 돌아가자고 서둘렀다. 비가 올 것 같다는 것이다.
잠시 파랗게 드러나던 하늘에는 어느새 먹구름이 번지고 있었다.
그 말에 듣고 발길을 돌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쏟아졌다.

해변 산책을 고집했으면 무방비로 쫄딱 맞을 뻔했다.
역시 조강치저 말'도' 잘 들어야 한다.
아니다 오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바로 잡는다. 조강치저 말'은' 잘 들어야 한다.

와인 같은 저녁 비가 오시네요  
제 팔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면  
그대 있는 먼 곳까지 커피를 타 드리고 싶군요  

바지락 얹어 손수제비를 해 드리면  
수제비가 섬처럼 이쁘다 흐뭇해하실 때  
제 팔이 잉어가 되어 달콤한 노래 들려주면 힘이 나시겠죠 
 

비가 오시니 마음까지 불을 때야겠어요  
우리는 나약해서 불이라도 안 때고  
커피라도 안 마시면 더욱 쓸쓸해집니다  

산도르 마라이의 멋진 소설 <열정>을 읽다가  
우리를 이어 주는 열정은 이 비 냄새라 생각했어요  
비에 정들듯 어서 그대와 정들면 좋겠어요  


- 신현림, 「비에 정드는 시간」-

아내와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시며 유튜브로 촛불집회를 보았다.
푸껫에서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북새통이다.
오후 6시 34분 서울 광장에서는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도 있었다.
머릿수 하나를 보태는 대신에 이번에는 조회수 하나를 더하며 아내와 둘이서 팔을 쳐들었다.

탄핵이 민주다.
탄핵이 평화다.
탄핵이 추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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