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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구제역

by 장돌뱅이. 2013. 7. 25.


*위 사진 : 구제역 방역 중인 도로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광우병이 생겨났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라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대가가 무서운
질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한국에 구제역이 창궐하고 있다.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지방도로 곳곳에서 오고가는 차량에 대한
소독이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구제역 발생 지역의
소와 돼지들을 생매장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나오기도 했다.
구제역이 너무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다 보니 안락사 시킬 약물이
동이나 산 채로 묻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줄 지어 죽음으로 향하는 순진무구한
생명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역시 광우병처럼 자연 섭리를 거스른 인간의 행위가 만들어낸
재앙일 수도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키우는 가축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식탐을 위해 고기덩어리로 ‘제조’되는 생명체들이 인간들에게
보내는 처참한 경고라는 것이다.

소의 특성인 되새김질을 필요 없게 하는 유전자조작의 옥수수로 만든
수입산 배합사료, 생명의 탄생이 아닌 강제인공수정으로 ‘만들어내는’ 새끼,
빨리 살을 찌우게 하기 위한 항생제와 영양제의 남용에 더하여
밀집된 사육환경과 청결의 문제 등등......

그래서 당장은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시급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축산산업의 기술적이거나 제도적인 문제를 넘어 인간만이 지닌
탐욕스런 육식문화에 대한 절제와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난 육식을 좋아한다.
노릇하게 구워 소주와 마시는 삼겹살이나
마블링이 꽃처럼 화사한 등심과 갈비,
설렁탕과 꼬리곰탕과 도가니탕,
숯불에 구워먹는 곱창과 소금장에 찍어먹는 천엽에 생간까지......
소와 돼지라면 털과 뿔만 빼놓고 다 먹어왔나 보다.

이번 기회에 채식의 비중을 높여볼까 생각 중이다.
어떤 제약회사의 광고처럼 새삼스레 ‘건강백세’를 탐해서가 아니다.
(사실 건강백세는 인류의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까지 지녀온 입맛의 관성으로 육식을 절제하거나 끊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한 사람의 결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우선은 단 몇 달 동안만이라도 육식을 벗어나볼까 한다.
그것이 이유도 모르는 채 병에 걸리고 산채로 어린 새끼와 함께 땅에 묻힌
생명체들에 대한 최소한도의 예의가 아닐까 해서이다.

(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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