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2 더운 날 해 본 상상 이상기온으로 더운 샌디에고. 오늘을 지나면 좀 수그러진다는데. 눈 내린 어느 날, 서울의 경복궁과 창덕궁이 만들어낸 하얀 세상을 떠올려본다. 아내와 그곳을 거닐며 맨손으로 눈을 뭉쳐보았던가. 눈위로 미끄러지던 아내의 웃음소리와 시리게 저려오던 손끝의 감촉을 생각해본다. *2009년 8월에 쓴 글 (샌디에고에서) 2014. 10. 15. 나무, 겨울나무. 일생동안 나무가 나무인 것은 무엇보다도 그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생각해 본 적이 있다하늘의 햇빛과 땅의 어둠을 반반씩, 많지도 적지도 않게 섞어서자기가 꼭 살아온 그만큼만 그늘을 만드는 저 나무가 나무인 것은그늘이라는 것을 그저 아래로 드리우기만 할 뿐그 그늘 속에 누군가 사랑하면 떨며 울며 해찰하며 놀다가도록 내버려둘 뿐스스로 그늘 속에서 키스를 하거나 헛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닦거나 성화를내지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말과 침묵 사이, 혹은소란과 고요 사이나무는 저렇게그냥 서 있다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듯 보이는저 갈매나무가 엄동설한에도 저렇게 엄하기만 하고 가진 것 없는 아버지처럼서 있는 이유도그늘 때문이다그러므로 이제 빈한한 집안의 지붕 끝처럼 서 있는 저 나무를아버지, 라고.. 2012. 4.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