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안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총동창회처럼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의 번잡함과 형식적인 '위하여'에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수다스런 '추억팔이'의 감정 소모보다는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해도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들 몇 명과 함께 두런두런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는 단출한 송년 모임이 좋아졌다. 하기 싫은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신선'이 바로 백수 아닌가. 중학교 동창이면서 동시에 대학 동창인, 반백 년이 넘게 한결 같이 조용한 성품의 친구와 만났다. 내게 부암동의 식당 "소소한 풍경"은 그런 모임에 적당해 보인다. 너무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그렇고 큰 기교를 부리지 않고 수수한 음식이 그렇다. 특히 오늘 가지탕은 처음 먹어보는데도 익숙한 맛이었고 그러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의 음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 2023. 12.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