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을 지고1 창밖에는 비오고요 구름으로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을씨년스런 강변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작은 개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모자를 쓴 사내는 몸을 웅크린 채 우산에 의지하여 맞부딪쳐오는 비바람을 막아보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절없이 이미 몸이 다 젖었을 것 같다. 여자도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걸을 뿐 상황이 크게 나아보이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 이 궂은 날씨에 길을 나선 것일까. 모진 걸음의 끝에는 따뜻한 위로와 향기로운 차 한 잔이 기다리고 있을까?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비바람과 마주서거나 일상의 등짐이 무거워지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하루가 유난히 무겁게 흘러가기도 한다. 그럴 때 '또 한 번만 지면 다 진다'는 아이의 긍정적인 다짐을 떠올려 본다.. 2020. 9.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