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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솔닛2

선유도에서 신선되기 각자 다른 곳에서 볼 일을 보고 당산역 근처에서 아내와 합류하여 점심을 했다. 날이 더워 음식 나오기 전에 맥주부터 주문을 했다. "낮술은 백수와 신선만이 할 수 있다." 은퇴한 후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흰소리 건 어쩌건 낮에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은 은퇴 전과 후의 확실한 구분이 된다. 낮술로 신선의 경지에(?) 이른 김에 식사를 마치고 신선이 노닌다는 이름을 가진 한강 선유도(仙遊島)로 갔다. 선유도는 조선시대까지는 섬이 아니었다. 안양천이 한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솟은 봉우리(仙遊峯)였다. 겸제 정선의 그림을 통해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뚝한 봉우리 아래 작은 민가들이 숨은 듯 기대어 있고 번듯한 기와집도 한 채 보인다. 그 앞으로 빈 나룻배 두 척이 떠있고 한 척은 내를 건너 반대쪽에.. 2022. 6. 11.
발밤발밤 50 - 이태원 골목길 서울엔 한 시기마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유흥공간이 있었다. 60년대의 명동, 70년대의 종로, 80년대의 이태원, 90년대의 압구정동 등등. 21세기에는 어느 지역이 그 이름을 이어받았을까? 홍대 앞? 청담동? 모르겠다. 유흥공간이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각 지역마다 어떤 특성을 드러내며 특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내와 나는 60년대에는 아직 어렸고 80년대는 직장 문제로 둘 다 지방으로 갔으므로 아무래도 대학생 시절이었던 70년대에는 종로가 친숙했다. 아내와 처음 만난 곳도 종로였고 자주 만나는 곳도 종로였다. 봄비가 내리는 저녁이었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청승을 떨며 무교동 거리를 걷던 나는 문득 저 앞에 그녀가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 흠뻑 젖은 온몸이 바.. 2019.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