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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의 봄 샌디에고에 살고 있는 지인이 봄 사진 몇장을 보내주었다. 지난 겨울 강수량이 예년의 2배, 강우 일자는 예년의 세 배가 넘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올해 샌디에고의 황량한 사막과 언덕에 피어나는 봄꽃이 유난히 더 화려하고 풍상한 것 같다고.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제대로 큰숨 한번 쉬기 힘든 봄날을 지나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진 속 노란 꽃밭과 그 위를 흐르고 있을 청량한 바람이 부러울 뿐이다. 그곳에서 지냈던 날들을 아내와 여러번 되풀이 하여 이야기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2019. 3. 8.
봄바람 지금은 봄꽃이 거의 절정이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봄은 아직 꽃몽오리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날 집안에 있는 것은 죄악'이라고 아내를 부추켜 강변길로 나섰다.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아파트 화단의 백목련과 산수유. 물오른 강변의 버드나무. 잔물결에 일렁이는 햇볕에까지 봄은 어느 샌가 세상에 봄 아닌 것이 없도록 은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친구 부부들과 모임을 갖고 창경궁과 창덕궁을 걸었다. 거기서도 옛 왕궁의 근엄함을 다독이는 봄기운에 취해야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은근한 노란색의 산수유.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이웃집 점순이가 "뭣에 떠다 밀렸는지" 주인공의 어깨를 짚고 그대로 함께 픽 쓰러지며 파묻히던 알싸한 향내의 노란 동백꽃 속, 그.. 2015. 4. 3.
경주의 봄 *여행동호회 "스프라이트"님 사진 울산에 살던 시절 경주를 자주 찾았었다. 아직 주5일 근무가 시행 되기 전 토요일이면 일찍 회사일을 마친 내가 아내와 함께 학교 앞에서 수업을 꿑낸 어린 딸아이를 기다렸다가 그대로 경주로 달려가곤 했다. 그런 날들처럼 경주에 다시 봄꽃이 한창인 모양이다. 화사한 봄꽃 속에 석굴암 본존불의 깊고 고요한 미소 같은 옛 무덤과 먼 산의 부드러운 곡선이 첩첩이 흘러간다. *2011년 4월 샌디에고에서 쓴 글 2014. 10. 15.
봄이 오네요 휴일입니다. 한국처럼 추은 겨울은 아니지만 이곳 샌디에고도 지난 몇 달과는 구별되는 시간이 왔습니다.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햇살이 너무도 고와 읽던 책을 덮어두고 잠시 집 주변을 걸어보았습니다. 어느 새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때쯤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꽃입니다. 누구에게 묻던 봄이 다하기 전에 올해는 반드시 그 꽃이름을 알아두어야겠습니다. 햇살 가지에 와서 클릭, 클릭할 때마다 수피 뚫고 나온 연초록 이파리들의 부리 콕, 콕, 콕 허공 쪼아대고 햇살 꽃나무에게로 와서 자판 두들겨대니 복제되는 꽃말, 꽃 문장 천방지축 날뛰는 방향(芳香) 자글자글 몸속에서 끓는다 - 이재무의 시, 「클릭」 - * 작성 일자 : 2012.3 2013. 7. 31.
연두빛 마곡사 춘마곡(春麻谷)이라 했던가. 계곡과 산언덕에 불꽃놀이를 하듯 터져 나오는 연두빛 새 잎들의 반짝임. 눈부심. 봄이 아름다운 곳이 어디 마곡사 뿐이겠는가마는 계곡을 따라 걸어 마곡사까지 가는 동안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동안 아내와 내게 세상은 온통 연두빛 마곡사뿐이었다. 계절은 변함없이 제 때에 예상할 수 있는 모습으로 오고가면서도 늘 새로운 감동과 경외스러움을 남긴다. 이 봄도 마곡사도 그랬다. 햇살도 따사롭게 감겨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도대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07.04) 2012.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