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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봄바람

by 장돌뱅이. 2015. 4. 3.

지금은 봄꽃이 거의 절정이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봄은 아직 꽃몽오리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날 집안에 있는 것은 죄악'이라고 아내를 부추켜 강변길로 나섰다.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아파트 화단의 백목련과 산수유.

물오른 강변의 버드나무.

잔물결에 일렁이는 햇볕에까지 봄은 어느 샌가
세상에 봄 아닌 것이 없도록 은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친구 부부들과 모임을 갖고 창경궁과 창덕궁을 걸었다.
거기서도 옛 왕궁의 근엄함을 다독이는 봄기운에 취해야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은근한 노란색의 산수유.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이웃집 점순이가  "뭣에 떠다 밀렸는지" 주인공의 어깨를 짚고
그대로 함께 픽 쓰러지며 파묻히던 알싸한 향내의 노란 동백꽃 속,
그래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땅이 꺼지는 듯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게 만들던,
바로 그 샛노란 동백꽃은 제법 한창이었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생강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흰빛이 눈 부셨던 백송.

햇살이 흘러내리는 듯한 정연한 지붕선도 눈부셨다.



인사동이 평소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산과 사람들의 바다로 들석였던 것도 아마 봄바람 탓일 게다.
찻집에서 이어진 아내들의 수다가 한결 더 가볍고 흥에 겨웠던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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