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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카인의 시간

by 장돌뱅이. 2014. 10. 17.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6개월이 되었다.

이 날 유가족대책위는 "(그동안) 국가는 면죄부를 주기 바빴고,
우리의 의문에 누구 하나 나서 답해 주지 않았다.
이젠 잊힐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크다.
참사 전과 후가 달라질 거라고 했던 약속을 제발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나이 오십 넘게 이 땅에 살아오면서 이와 비슷한 경우와 마주친 몇 번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마다 늘 성경 창세기의 한 귀절을 떠올리게 된다.

주님이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우리가 이 참담한 경험을 이토록 쉽게 잊어도 되는 것일까?
정말 이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도 되는 것일까?

얼마 전 아내와 광화문 유가족 농성장과 서촌갤러리를 찾아보았다.
서촌갤러리에는 단원고 학생이었던 고 박예슬양이 생전에 그린 그림과
구두와 의류에 관한 스케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곳이다.

먹먹한 가슴의 하루였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정직하고 성실한 답변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그 질문이라도 엄중하게 기억하는 것이
인간과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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