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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백인유화

by 장돌뱅이. 2014. 11. 21.



30년 전 결혼식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더 나가 '하나만 낳자'는 세태에
"아들 여섯에 딸 넷은 낳으라"는 덕담의(?) 주례사를 하여
아내를 기함시켰던 주례 선생님께서 축하의 글을 써 주셨다.
"백인유화(百忍有和)" 
백번 참으면 화목이 있다......

그동안 거실에 걸어놓고 지냈는데, 30년이 지나니 표구가 헐렁해졌다.
지난번 집수리를 할 때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에 글만 떼어내어 갈무리를 해두다가
문득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 이제까지 백번 참아봤어?"
아내의 즉각적인 답변이 나왔다.
"아니. 내가 왜 참어. 당신이 참았겠지! 몇번이나 참은 것 같아?"
"글쎄......한 천번쯤?^^"
아내의 목소리가 별안간 칼칼해졌다.
"뭐라구? 뭘 그리 참았는데..... 말해봐! 어디 한번 말해봐!"

언젠가 친구녀석이 집에 들렸다가 물끄러미 글을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했다.
"너 힘들게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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